‘검은손’에 놀아난 면세점 특허 선정…면세행정 신뢰 바닥

‘검은손’에 놀아난 면세점 특허 선정…면세행정 신뢰 바닥

입력 2017-07-11 14:14
수정 2017-07-1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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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작년 서울지역 면세점 신규특허 부적정”…SK·롯데 밀어준 꼴천홍욱 관세청장 고발…혐의 확인되면 면세점 특허 취소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로 지난해 서울지역 면세점 특허가 부당하게 발급됐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되며 면세점 정책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졌다.

면세점 선정 절차를 주관하는 관세청도 현 청장이 고발당하고 담당 직원들이 해임 등 중징계를 당하며 쑥대밭이 됐다.

감사원은 2015년 7월과 11월 면세점 사업자 심사와 지난해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특허 추가발급의 적정성 등에 대한 감사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정부는 2015년 서울 시내에 3개의 신규 면세점 특허를 발급하고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2016년 다시 4개의 특허를 발급했다.

관세청 용역 결과, 추가로 발급 가능한 특허 수가 최대 1개에 불과했는데도 청와대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기획재정부가 관세청에 특허 수를 4개로 검토하도록 요청했고 관세청은 기초 자료를 왜곡해 대기업 3곳, 중소기업 1곳 등 총 서울지역 특허를 4개로 냈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기업 몫인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따내기 위해 현대백화점, 신세계, 롯데, SK, HDC신라가 면세점 대전에 뛰어들었고 현대백화점, 신세계, 롯데가 면세점 특허를 결국 획득했다.

그러나 작년 서울지역 면세점 특허 발급부터 사업자 선정까지 석연찮은 구석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해 3월 31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면세점 특허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고 특허갱신을 허용하는 내용의 면세점 제도개선안을 발표하고 한 달 뒤인 4월 29일 외국인 관광객 특수에 대비하겠다며 서울에 4개의 면세점 신규특허를 내겠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면세점 신규특허 발급 수의 기준이 되는 전년 외국인 관광객 수치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1년 전인 2014년 통계를 끌어다 특허를 4개 발급할 수 있다는 근거로 썼다.

여기에 지난해 3월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새로 면세점에 입찰할 때 감점을 주겠다고 했다가4월 신규 면세점 공고 때는 이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 때문에 서울 시내 이미 한 곳의 면세점을 운영하는 롯데에 특혜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아울러 정부는 지난해 10월 말 최순실 씨와 청와대가 대기업으로부터 재단 출연금을 받은 대가로 면세점 특허권 부여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면세점 특허 선정을 미뤄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는데도 기업들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예정대로 12월 발표 일정을 강행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면세점 추가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롯데와 SK를 밀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롯데와 SK는 서울 시내면세점을 운영하다가 2015년 11월 관세청 심사에서 기존 면세점 특허를 잃은 바 있다.

공교롭게도 박 전 대통령이 기재부, 관세청에 서울지역 면세점 추가를 검토하라고 한 것이 지난해 2월과 3월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각각 독대한 이후라는 점이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면세점 갱신 심사 탈락으로 타격을 입은 롯데와 SK에 다시 기회를 주면서 ‘비선실세’ 최순실씨 소유의 K스포츠재단에 추가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을 개연성이 큰 대목이다.

관세청에서 면세점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 역시 지난 7일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신동빈 회장의 재판에 나와 “김낙회 전 관세청장이 특허 신규 추가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해서 BH(청와대) 보고용 문서를 작성했다”며 “이런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관세청 내에서 시내면세점 특허를 추가할 계획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면세점 특허심사 기준을 마련하고 특허심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관세청은 전·현직 청장은 물론 직원들까지 대거 면세점 감사 결과에 대거 연루되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김낙회 전 청장은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면서도 지난해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를 ‘윗선’의 지시대로 이행했다.

지난해 5월부터 관세청을 이끈 천홍욱 청장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 의원들이 2015년 시내면세점 특허 신청업체의 사업계획서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자료를 내지 않기 위해 업체에 각 서류를 반환하도록 지시했다. 일부 서류는 업체로 돌아가 파기되기도 했다. 감사원은 서류가 파기된 데 책임을 물어 천 청장을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천 청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 최순실 씨의 측근이던 고영태 씨를 만나 자신을 천거해 준 것에 감사의 뜻을 표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지는 등 최순실 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외에도 관세청은 2015년 두 차례 면세점 특허 선정 과정에서 평가 점수를 잘못 부여해 정당하게 평가받았을 경우 롯데가 가져갈 면세점 특허를 그해 7월엔 한화, 11월엔 두산에 돌아가도록 했다고 감사원 감사 결과 밝혀졌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지난해 부당선정 관련자 2명을 해임, 5명은 정직, 1명은 경징계 이상 조처를 내리라고 관세청장에게 요구했다.

관세청을 외청으로 둔 기재부 역시 관세청을 견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윗선의 부당 업무를 그대로 관세청에 지시한 꼴이 됐다.

작년 1월 당시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관세청과 협의 없이 서울 시내면세점을 5∼6개 추가하겠다고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보고하고 이후 관세청에 특허를 4개로 검토하도록 요청하는 등 면세점 행정을 누더기로 만드는 데 앞장섰다.

관세청 관계자는 “검찰 조사를 지켜보고 부정하게 특허권을 따낸 곳이 밝혀지면 면세점 특허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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