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계좌 100일] 신규 제한에 무너진 가상화폐 시장…실명 전환율도 30%대

[실명계좌 100일] 신규 제한에 무너진 가상화폐 시장…실명 전환율도 30%대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5-06 10:16
업데이트 2018-05-0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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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격 1천만원으로 반 토막…가격도 거래량도 ‘뚝’

실명 확인 가상계좌를 받은 사람에게만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를 허용하는 이른바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가 오는 9일 시행 100일을 맞는다.
가상화폐 거래실명제가 시작된 지난 1월 30일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에서 엄격해진 신규계좌 개설 조건을 설명하는 안내문 뒤로 고객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가상화폐 거래실명제가 시작된 지난 1월 30일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에서 엄격해진 신규계좌 개설 조건을 설명하는 안내문 뒤로 고객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실명제 도입으로 올해 초 불어닥쳤던 가상화폐 투기 열풍은 식었지만, 가상화폐 시장은 이를 넘어서 사실상 침체기에 들어섰다.

빗썸과 코인원, 코빗을 제외한 거래소는 여전히 신규 가상계좌를 부여받지 못하면서 신규 투자자 유입이 제한됐고, 주요 가상화폐 가격과 거래량이 함께 추락했다.

당초의 의도와 달리 기존 가상계좌의 실명 전환율도 여전히 30%대로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6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지난 4일 비트코인 종가는 1천60만2천원이었다.

이는 한창 가상화폐 열풍이 불었던 1월 6일 장중 최고가인 2천598만8천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월 정부의 잇따른 경고와 신규 투자자 유입 제한 등으로 연타를 맞으면서 급락했다.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지 20일 만에 고점의 반 토막 수준인 1천100만원 선으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신규 투자자가 유입되면 가격이 다시 오르리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1월 30일 실명 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가 시작되고서도 시장은 되살아나지 못했다.

금융 당국이 신규 가상계좌 부여에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아 은행을 간접적으로 압박하면서 시중은행들이 30일 이후에도 신규 계좌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빗썸과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빅4’ 거래소만 기존 가상계좌를 실명확인 계좌로 전환할 수 있게 됐다. 빗썸은 2월 9일에야 신규 회원에게 가상계좌를 발급했고 업비트는 여전히 신규 가상계좌를 열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비트코인 가격은 추락했다.

2월 6일 비트코인은 장중 660만원까지 떨어졌고 3∼4월에도 800만원대를 횡보하다가 최근에야 가까스로 1천만원대를 회복했다.

이더리움과 리플 등 알트코인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더리움 가격은 1월 10일 234만9천원에서 이달 4일 87만4천원으로 떨어졌다. 리플의 경우 4천750원으로 고점을 기록한 이후 현재는 1천원도 넘기지 못하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에 원화가 새로 유입될 길이 제한되면서 가상화폐 시장은 ‘고인 물’로 변질했다.

거래량도 석 달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정아 빗썸 부사장은 지난달 한 포럼에서 “1월에는 일평균 거래량이 4조원에 이르렀지만, 현재는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시장이 침체하면서 당초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의 취지였던 실명 가상계좌 전환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기존 가상계좌를 실명 확인 가상계좌로 전환한 비율은 30∼3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유령계좌를 제외한 활성 회원 가운데 실명계좌로 전환한 비율도 47%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실명계좌를 이용할 경우에만 원화 입금이 가능하다. 기존 계좌를 이용하는 경우 출금만 가능하다.

또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이 죽다시피 한 상황이라서 투자자들이 새로 자금을 넣기보다는 넣어뒀던 돈으로 출금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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