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고용엔진…취업자 5천명↑, 0.0%대 ‘제자리걸음’

멈춰선 고용엔진…취업자 5천명↑, 0.0%대 ‘제자리걸음’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8-17 09:24
수정 2018-08-1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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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취업자 12만7천명↓…40대 취업자 ‘20년만에 최대폭’ 14만7천명 감소고용률 61.3%, 0.3%p↓…3년 3개월 만에 최대폭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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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시장이 얼어붙었다.

취업자 증가폭이 반년째 10만 명대 이하에 그친 가운데 지난달 증가율은 0.0%까지 하락했다.

실업자가 100만 명을 넘는 상황은 7개월째 이어졌다. 외환위기의 후폭풍이 끝나갈 무렵인 2000년 초 이후 최장이다.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2018년 7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는 2천708만3천 명으로 작년 7월보다 5천 명(0.0%) 늘었다.

이런 증가 폭은 한국경제가 금융위기 영향권에 있던 2010년 1월에 마이너스 1만 명을 기록한 후 8년 6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취업자 증가폭은 올해 2월 10만4천 명, 3월 11만2천 명, 4월 12만3천 명, 5월 7만2천 명, 6월 10만6천 명 등에 이어 6개월째 10만 명대 이하를 기록했다. 지난해 월평균 증가폭인 31만6천 명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최근 일자리 상황은 금융위기 직후에 버금가는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위기 당시에는 2008년 9월∼2010년 2월까지 18개월 연속으로 취업자 증가 폭이 10만 명대 이하를 기록했고 취업자 수가 감소한 적도 있다.

7월 취업자 증감을 산업별로 보면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4만9천 명, 7.7%), 금융 및 보험업(6만7천 명, 8.6%),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6만6천 명, 6.1%) 등을 빼면 대부분 업종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

비교적 좋은 일자리로 평가받는 제조업 취업자는 12만7천 명(2.7%) 줄어 전달(-12만6천명)보다 감소 폭이 커졌다.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조선업이 포함된 기타운송장비, 자동차 업종 등에서 많이 줄었다.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도 10만1천 명이나 줄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4년 1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이 업종은 인력 공급업을 중심으로 취업자가 줄었다. 인력을 공급받는 다른 산업의 고용 상황이 좋지 않은데다 최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영향으로 인력 알선을 통한 간접 고용이 줄어든 영향이라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자영업자가 많은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의 취업자는 각각 3만8천 명, 4만2천 명 줄었다. 경기 부진에 폭염까지 겹치며 더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도·소매업은 8개월째, 숙박·음식점업은 14개월째 감소세에 빠져 있다.

교육서비스업은 학령인구 감소 영향으로 7만8천 명 줄었다. 부동산업도 4만 명 줄며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전반적인) 수출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지만 반도체 등 특정 업종에 몰려 있으며, 구조조정의 영향을 받은 선박이나 자동차는 실적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구조조정 여파로 노동시장의 허리 역할을 하는 40대 취업자가 14만7천 명 줄었다. 이런 감소폭은 1998년 8월 15만2천 명 줄어든 뒤로는 가장 컸다.

통계청 측은 일부 자영업에서 40대 취업자가 줄었지만 대부분 도소매업, 숙박업, 제조업 등에서 임시직 위주로 많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종사상 지위로 구분하면 임금근로자 중에는 상용근로자가 27만2천 명 늘었지만 증가 폭은 전달(36만5천 명)보다 크게 쪼그라들었다.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는 각각 10만8천 명, 12만4천 명 줄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7만2천 명 증가했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는 각각 10만2천 명, 5천 명 감소했다.

영세 자영업자가 다수 포함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째 줄고 있다.

7월 고용률은 61.3%로 1년 전보다 0.3% 포인트 낮아졌다.

2015년 4월 0.3% 포인트 하락한 후 최근 3년 3개월 사이에는 지난달 낙폭이 가장 컸다.

빈 과장은 “인구 증가 폭이 둔화하는 것 이상으로 취업자 증가가 크게 둔화했거나 특정 산업에서 감소한 것 같다”며 “경기적 요인이 가장 크고 인구증가폭 둔화, 자동화 설비 확대 등 구조적 측면도 기저에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7.0%로 0.2% 포인트 하락했다.

실업자는 103만9천 명으로 작년 7월보다 8만1천 명 늘었다.

이로써 실업자는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100만 명을 웃돌았다.

실업자 수가 7개월 이상 연속으로 100만 명을 넘은 것은 1999년 6월∼2000년 3월에 이어 18년 4개월 만의 일이다.

실업률은 3.7%로 1년 전과 비교하면 0.3% 포인트 상승했다. 7월 기준으로는 2010년 3.7% 이후 가장 높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3%로 1년 전과 같았다.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은 11.5%로 1년 전보다 0.6% 포인트, 청년층의 고용보조지표3은 22.7%로 0.1% 포인트 각각 높아졌다.

7월 비경제활동인구는 1천606만4천 명으로 1년 전보다 15만5천 명(1.0%) 늘었다.

활동상태로 증감을 구분하면 쉬었음(23만2천 명, 14.0%), 가사(9만2천 명, 1.6%) 등은 늘었다. 이 중 쉬었음 인구 증가 폭은 2011년 2월(25만6천 명) 이후 가장 컸다.

반면 재학·수강(-9만4천 명, -2.4%), 육아(-8만8천 명, -7.0%), 심신장애(-2만3천 명, -5.3%)를 이유로 한 비경제활동인구는 줄었다.

구직단념자는 54만6천 명으로 1년 전보다 6만3천 명 늘었다. 취업준비자는 67만8천 명으로, 작년 7월보다 4만1천 명(5.7%) 감소했다.

지난달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주당평균 취업시간은 1년 전보다 1.7시간 줄어든 41.5시간으로 집계됐다.

취업시간이 54시간 이상인 취업자는 115만 명 줄어드는 등 장시간 노동자의 수가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 44시간 이하 노동자는 늘어나는 모습이 관측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가용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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