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글로벌 경제, ‘코로나19’발 집값 하락 오나

요동치는 글로벌 경제, ‘코로나19’발 집값 하락 오나

김태이 기자
입력 2020-03-15 10:51
수정 2020-03-1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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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메르스 때 주가 떨어져도 부동산시장 영향 없어…경제위기가 관건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이후 국내 주식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졌다.

국내 부동산 시장도 12·16대책의 직격탄을 맞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시세보다 수억원 낮은 급매물이 나오고 거래는 급감한 상황에서 코로나19의 영향로 인한 매수심리 위축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의 경제 위기가 현실화할 경우 국내 집값이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건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셧다운’ 조치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이냐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이 약세로 돌아선 가운데 당분간 주택시장도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 사스·메르스 부동산 시장 영향 없어…글로벌 금융위기가 문제

한국은행은 지난 12일 공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메르스·신종플루 등 다른 감염병에 비해 코로나19로 인한 주가 하락폭이 크다고 분석했다.

2003년 사스와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당시 주가가 평균 5.6%가량 하락했는데 코스피는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친 1월 21부터 보고서가 분석한 3월5일까지 벌써 13.6% 하락한 것이다.

이후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지난 13일에는 국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 조치가 발동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주가도 1,700대로 곤두박질쳤다.

주가 회복 속도도 더뎌 다른 감염병 때는 대부분 13거래일 이내에 직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코로나는 3월 들어서도 이전 수준을 크게 하회하고 낙폭을 키우고 있다.

이에 비해 과거 감염병들이 직접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주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 사스가 유행했던 2003년은 강남 재건축발 집값 급등으로 참여정부가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쏟아내던 시기다.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2002년 30.79%가 폭등했던 서울 아파트값은 2003년 사스 영향에도 불구하고 10.18% 올랐고, 전국 아파트값도 9.57% 상승했다.

신종플루가 대유행한 2009년은 앞서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경제가 휘청했지만 정부의 금리 인하,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에 힘입어 서울 아파트값은 2.58% 상승했다.

국내에서 메르스가 위력을 떨친 2015년은 한동안 침체했던 집값 상승기가 본격화된 시점으로 당시 아파트 분양 모델하우스는 인산인해였고, 서울 아파트값도 5.56% 상승했다.

그러나 경제위기 때는 달랐다. 국내에서 최장기간 집값 조사를 해온 국민은행 통계에서 1986년 이후 아파트값이 단기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때는 1998년 외환위기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외환위기 당시보다 단기 하락폭은 작았지만 주택시장의 내부 변수와 엮이며 침체 기간이 길었다.

금융위기가 불황을 촉발한 가운데, 참여정부의 만들어 놓은 부동산 규제가 서서히 위력을 발휘하고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강남 등 수도권 보금자리주택 공급 확대가 본격화하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은 장기 침체에 빠진 것이다.

2009년 신종플루 영향에도 반짝 상승했던 서울 아파트값은 이후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6.34% 하락했고, 2014년 하반기 바닥을 찍고 2015년부터 본격 상승기에 돌아섰다.

◇ 전문가 “집값 당분간 조정기 거칠 것”…“집값 영향 제한적” 전망도

코로나19의 팬데믹이 선언된 가운데 앞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까.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는 정부의 12·16대책 등 강도높은 정부 규제에 코로나19 영향까지 겹치며 서울 아파트값을 비롯한 부동산 시장도 당분간 조정기를 거칠 것이라는 관측이 늘고 있다.

종전까지 비강남권과 수도권의 풍선효과,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 규제로 인한 공급부족 우려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면,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기존 전망을 바꾼 것이다.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자문지원센터 안명숙 부장은 “부동산시장 입장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집값 하락을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상당 기간 집값이 상승한 데 따른 피로감, 강도높은 정부 규제 등으로 가격이 하락해야 하는 시점에 코로나가 터지면서 가격 하락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부장은 “지금 문제는 사스·메르스 때와 달리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라며 “이미 국내 실물경기가 위축되고 고용시장 불안이 지속되는 와중에 글로벌 유동성 장세의 거품 붕괴가 본격화되면 국내 집값 하락도 앞서 금융위기 때만큼 크고 길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도 “올해 거시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집값이 떨어져야 하는 시기”라며 “외환위기 때처럼 집값이 급락했다가 이내 ‘V자’ 반등을 할 수도 있고, 지금 집값이 조정받아야 할 타이밍에 코로나까지 터진 상황이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집값 하락세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집값이 급등한 강남권, 재개발·재건축 등을 중심으로 하락폭이 클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국민은행 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코로나 사태의 지속 기간, 강도에 따라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어느 정도일지가 관건”이라며 “코로나 지속기간이 길고 경제 충격의 강도가 크다면 집값이 급락할 수 있고, 특히 투자 성격이 강한 재건축·재개발부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강남 아파트 시장은 현재 15억원 초과 주택담보 대출 금지와 보유세 강화, 정부의 자금출처 조사, 한시적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등의 조치로 시세보다 3억∼5억원 떨어진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이에 비해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을 비롯한 비강남권과 수도권 경기 남부 지역은 집값 상승세가 거세다.

그러나 이들 지역도 3월 들어서는 정부의 조정대상지역 확대 등 규제 강화와 코로나 영향 등으로 매수세가 종전보다 줄어드는 분위기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주택정책실장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만 나홀로 상승하긴 어렵다”며 “풍선효과로 인한 가격 상승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최근 갭투자 등 투기 수요가 몰린 수도권 남부의 경우 경제 위기가 올 경우 단기 가수요가 이탈하면서 다른 곳보다 타격이 크고, 회복 속도도 더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르면 이달 중 금리가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미 초저금리 시대가 장기화한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이에 비해 코로나로 인한 시장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NH투자증권 김규정 부동산연구위원은 “글로벌 경제 충격이 어디까지 갈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사스나 메르스 때처럼 지나가는 악재에 그칠 가능성이 있고, 주택 수요가 감소하거나 주택시장 내부의 리스크는 아닌 만큼 집값에 큰 타격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코로나 사태 확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시장을 지켜보며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팀장은 “향후 집값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재현될 것이냐가 관건인데 현재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코로나 감염 추이, 글로벌 증시 등을 봐가며 매수·매도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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