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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침공·유가 상승·美 금리인상 예고… 환율發 물가폭등 ‘잔인한 봄’

러 침공·유가 상승·美 금리인상 예고… 환율發 물가폭등 ‘잔인한 봄’

김승훈, 황인주 기자
입력 2022-03-08 20:40
업데이트 2022-03-09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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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21개월 만에 1230원대
美 금리 올리면 1300원 돌파 우려
원유·원자재 수입물가 상승 이어져
‘소비자물가 상승률 4%대’ 힘 실려
“러 디폴트 땐 환율 추가 상승 여지
기업들의 부가가치 창출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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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제재 여파로 국제유가가 2008년 이후 13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7일(현지시간) 미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단말기로 시황을 확인하고 있다.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곤두박질친 가운데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2.37%, 나스닥 지수는 3.62% 급락했다. 뉴욕 EPA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제재 여파로 국제유가가 2008년 이후 13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7일(현지시간) 미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단말기로 시황을 확인하고 있다.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곤두박질친 가운데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2.37%, 나스닥 지수는 3.62% 급락했다.
뉴욕 EPA 연합뉴스
환율발 물가 폭등으로 ‘잔인한 봄’을 맞게 됐다. 국내 물가는 유가보다 환율에 더 큰 영향을 받는데,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치솟으면서 국민 일상과 맞닿아 있는 모든 생활 물가가 덩달아 널뛰기 때문이다.

●러 침공, 안전자산 선호·환율 상승 요인

글로벌 공급 차질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더해지면서 연일 고공 행진하는 국제유가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환율을 밀어 올리는 상황에 오는 16일(현지시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겹치면 환율이 1300원대로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환율 1300원대 진입은 현 3%대 물가를 단숨에 4%대로 끌어올리고 무역수지 적자, 경기 침체 등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둔화) 늪에 허우적이게 할 수 있어 우려를 더한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9원 오른 1237.0원에 마감됐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 1230원대로 올라선 것은 2020년 5월 29일(1238.5원)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치솟는 국제유가가 환율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유가 지불을 위한 외환 수요가 늘면서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오르는 데다 유가 상승으로 수입액이 늘면서 무역수지가 악화하는 점도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환율은 10여일 새 2.88% 상승했다. 국제유가는 미국이 ‘마지막 카드’로 남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 법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올해 배럴당 200달러(약 24만 7000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도 환율 상승의 동력원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진 점도 환율을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환율 1300원대 진입은 2009년 7월 13일(1315원) 이후 지금껏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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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유가보다 국내 물가에 더 큰 영향

치솟는 환율로 인플레이션 압박은 더 거세지고 있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생산자물가 상승→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환율 상승으로 수입 비중이 높은 농축수산물, 에너지, 원자재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모든 생활 물가가 오르게 되는 것이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로 인해 고환율이 고유가보다 국내 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환율이 오르면 원유, 곡물 등 우리가 수입하는 모든 원자재 가격이 다 오른다”고 말했다.

글로벌 공급 차질로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 연속 3%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는데 환율 급등까지 맞물리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10년 만에 4%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미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있는 데다 환율 상승으로 물가가 전반적으로 다 오르고 임금도 오르면 물가가 4%대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오는 16일 러시아 ‘디폴트’ 선언 여부 등 국제 정세에 따라 환율이 더 오를 수 있고, 환율이 1300원대에 진입하면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을 회수해도 물가를 잡을 수 없다”면서 “정부는 장밋빛 경제 전망을 지양하고, 돈 풀기보단 기업 부가가치 창출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승훈 기자
황인주 기자
2022-03-0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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