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급 일정 밀리는 3기 신도시…사전청약 9% 당첨 ‘포기’

[단독]공급 일정 밀리는 3기 신도시…사전청약 9% 당첨 ‘포기’

옥성구 기자
옥성구 기자
입력 2023-10-04 17:12
수정 2023-10-0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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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사전청약 1320명 당첨 포기
토지 보상 문제 등으로 입주 1~2년 지연
추가 연기 가능성 불안 심리에 포기 속출
공급 대책에도 입주 지연 불안 해소 안돼
실거주 수요 더해지며 집값 자극할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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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양주시 별내동에 마련된 사전청약 현장 접수처에서 시민들이 관련 안내물을 살펴보고 있다. 2022.01.17. 연합뉴스
경기 남양주시 별내동에 마련된 사전청약 현장 접수처에서 시민들이 관련 안내물을 살펴보고 있다. 2022.01.17. 연합뉴스
정부가 주택 공급대책의 일환으로 3기 신도시 물량을 3만호 이상 더 늘리겠다고 예고했지만, 3기 신도시 입주 일정이 예정보다 1~2년씩 밀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존의 사전청약 당첨자 9%가량이 본청약도 전에 입주를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거주 수요인 이들이 부동산 시장에 재진입하면 가뜩이나 공급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집값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21~2022년 공고가 나온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당첨자 1만 5024명 중에 1320명(8.7%)이 당첨을 포기했다고 4일 전했다. 사업지구별로 남양주왕숙(621명)·고양창릉(258명)·인천계양(208명)·부천대장(155명)·하남교산(78명) 순으로 사전청약 당첨 포기자가 많았다. 이 외 1694명은 부적격으로 사전청약 당첨에서 제외됐다.

사전청약은 본청약 전에 입주 예정자를 모집하는 제도이다.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미리 확정하기 위해 지난 정부에서 2021년 7월 시작했다. 지구계획이 승인시 사전청약을 받아 주택 사업승인·착공에 들어가고 1~2년 후에 본청약을 실시한다. 사전청약에 당첨되더라도 사전 공급계약 체결 때까지 계약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본청약에 비해 포기가 자유롭지만, 반년간 공공 분양에 한해 사전청약 신청이 제한된다.

30만호 가량을 공급하는 3기 신도시의 입주는 애초 2025~2026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정됐었다. 그러나 토지 보상에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 탓에 입주 시기가 1~2년씩 밀렸다. 여기에 최근 건설비 상승과 미분양 우려가 커진데다 철근 누락 사태로 인해 LH 발주 일정에 차질이 생기며 3기 신도시 입주가 추가로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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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의 일반공급 사전청약이 진행되는 가운데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마련된 사전청약 접수처에서 한 관계자가 현황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3기 신도시의 일반공급 사전청약이 진행되는 가운데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마련된 사전청약 접수처에서 한 관계자가 현황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2025~2026년 입주를 생각하고 사전청약을 넣었던 당첨자들 사이에서 기약 없이 미뤄지는 입주 일정을 기다리느니 하나둘 당첨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애초 3기 신도시 입주 예정에 맞춰 자금조달계획을 세우고 입주 때까지 머물 임대차계약 등을 체결했는데 입주가 계속 미뤄질 수 있다는 불안 심리에 사전청약을 포기하고 새로운 거주지 찾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초 인천계양 지구의 사전청약에 당첨된 입주 예정자 A씨는 “내후년 입주를 예상하고 전세 계약을 한 차례 연장했는데, 입주 계획이 틀어져 차라리 사전청약 당첨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면서 “입주 예정자들한테는 말 그대로 희망고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공급이 한없이 지연되더라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사전청약 모집공고문엔 ‘사업지구 및 주변 생활여건, 시공관련 사항 등 현재 시점에서 알 수 없거나 확정되지 않은 사항에 대하여 향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불가피한 사유로 사업취소 또는 지연될 수 있다’ 등 문구가 명시돼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달 내놓은 주택공급대책에서 토지 이용 효율성을 높여 3기 신도시 물량을 3만호 이상 더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입주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은 해소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주택건설 인허가·착공 물량이 급감해 2~3년 뒤 공급 부족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넣었던 실거주 수요가 당첨을 포기하고 민간 아파트 시장으로 나오면 공급 부족과 수요 과다가 맞물려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단 우려까지 제기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전청약에 당첨된 이들이 기존 아파트를 살 만큼 돈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이들이 집값을 올리는 여러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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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이 시작된 28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천지역본부 출입문에 인천 계양 신도시 사전 청약 상담소 위치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2021.7.28. 연합뉴스
수도권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이 시작된 28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천지역본부 출입문에 인천 계양 신도시 사전 청약 상담소 위치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2021.7.28.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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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창릉 고양창릉공공주택지구. 2021.3.31 오장환 기자
고양창릉 고양창릉공공주택지구. 2021.3.31 오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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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양주 왕숙지구에서 철거 예정 건물 출입 금지 플래카드가 걸린 모습. 2023.9.26. 연합뉴스
경기 남양주 왕숙지구에서 철거 예정 건물 출입 금지 플래카드가 걸린 모습. 2023.9.26.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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