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350명뿐 동부대우전자…현지특화제품 성공비결은

연구원 350명뿐 동부대우전자…현지특화제품 성공비결은

입력 2014-10-31 00:00
업데이트 2014-10-31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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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한방에 성공해야”…해외법인장 등 아이디어 제시 활발

이슬람권 여성이 머리카락을 가릴 때 쓰는 스카프 ‘히잡’은 중동 지역에서 성스러운 물건으로 여겨진다.

코란(이슬람 경전)에는 히잡을 빨기 전에 반드시 기도를 올려야 하며 오른쪽으로 몇 번, 왼쪽으로 몇 번 헹궈야 한다는 규율까지 나와있을 정도다.

동부대우전자가 최근 중동 국가를 겨냥해 출시한 히잡 세탁기에는 ‘이슬라믹 린스’ 기능이 추가돼 있다.

얇고 부드러운 히잡이 망가지지 않도록 부드럽게 세탁해줄 뿐만 아니라 코란에 나오는 히잡 세탁법 규율을 그대로 적용했다는 게 동부대우전자의 설명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동부대우전자는 지난 십여년 간 수차례 매각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부평연구센터를 제외한 모든 연구개발(R&D) 조직을 정리했다.

지난해 말 중국 톈진(天津) 전자레인지 생산법인에 연구개발 전담조직을 설치했지만, 다른 기업과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규모가 작다.

동부그룹 품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250명에 불과하던 소속 연구원은 350여명으로 늘어났다. 연구분야는 세탁기, 냉장고, 주방기기 등이다.

삼성전자나 LG전자에 비해 연구개발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고, 외국에 이렇다할 연구개발 거점도 없는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1999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자물쇠 냉장고를 선보인 이후 세계 각국에서 현지 특화 제품을 꾸준히 내놨고, 그 제품들은 시장의 외면을 받아본 적이 없다.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연구인력의 수는 적지만 그만큼 치열하게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활발히 토론하는 분위기와 문화가 사내에 만들어져 있다”며 “그게 인력을 넘어서는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품 개발만 전문적으로 하는 연구원 숫자는 적을지라도, ‘출시한 제품은 모두 성공을 거둬야만 한다’는 절실함이 있어 해외법인장, 주재원, 상품기획팀원 등 임직원 사이에서 아이디어 제안과 공유가 활발하다는 것이다.

현지 법인장이 낸 아이디어가 제품 출시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는 2011년 페루에서 선보인 나스카 문양 세탁기이다.

특별할 건 없었다. 문화 자긍심이 강한 페루인의 특성을 디자인에 담아낸 것이다. 그 결과 페루에서 세탁기 매출이 출시 전년보다 60% 이상 늘어났다.

같은 전자레인지일지라도 미국, 멕시코, 페루, 중동 등 판매 지역에 따라 그 특성을 반영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피자를 선호하는 미국에서는 2005년부터 전자레인지 상단에 30㎝ 크기의 피자를 구울 수 있는 전용 그릴을 달아 판매해왔다.

멕시코와 페루에서는 현지 음식으로 자동으로 요리해주는 ‘셰프 멕시카노’와 ‘셰프 페루아노’를 각각 2009년, 2012년에 출시했다.

셰프 멕시카노는 누적 판매량 40만대, 셰프 페루아노는 누적 판매량 100만대를 넘어설 만큼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쥐가 많은 베트남에는 ‘쥐 침입 방지 세탁기’를, 물이 부족한 중남미 국가에는 탈수 과정에서 나오는 물을 다음 세탁에 쓰는 ‘물 재활용 세탁기’를 판매한다. 차를 즐겨 마시는 중국에서는 차 보관 공간을 마련한 3도어 냉장고를 선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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