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중심 요금제·선택 요금 할인제 뜨거운 반응 “이통시장, 본연의 경쟁 축 회복됐다는 측면에서 바람직”
한동안 단말기 중심으로 흘러가던 이동통신 시장에서 최근 요금제의 영향력이 부쩍 세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서울 용산의 한 휴대전화 매장
연합뉴스
연합뉴스
이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달 단말기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제의 할인율을 12%에서 20%로 올린데다 이번 달 들어 KT를 필두로 LG유플러스가 차례로 최저 3만원대의 요금에 무선 음성과 문자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데이터 중심의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요금제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몰라보게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 명동에 위치한 이동통신 대리점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최신 단말기 출시에 맞춰 새로 개통하려는 고객들이 손님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면 요즘에는 방문객 열 명 가운데 대여섯은 요금제를 문의하거나 자신의 통신 이용 방식에 맞는 요금제로 바꾸려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에 나온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6와 G4의 소비자 반응이 기대에 못미치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요금제가 출시된 것이 맞물려 요금제에 대한 반응이 더 뜨거워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요금제에 쏠린 관심은 통계로도 고스란히 입증된다.
미래부는 휴대전화를 개통하면서 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매월 납부하는 통신요금을 깎아주는 선택 요금 할인제의 할인율을 20%로 상향한 뒤 하루 평균 가입자가 858명에서 1만6천명으로 19배 이상 증가하며 선택 요금 할인제의 총 가입자가 50만명을 넘어섰다고 이날 밝혔다.
앞서 KT는 지난 8일 선보인 데이터 선택 요금제에 가입한 사람이 출시 나흘 만에 10만명을 넘어섰다고 지난 12일 발표한 바 있다. 이는 KT가 2013년 자사 가입자간(망내) 무료 음성통화를 특징으로 하는 ‘모두다 올레’ 요금제를 출시했을 당시 첫 영업일부터 사흘 동안 5만8천명의 가입자가 몰린 것과 비교했을 때에도 반응이 매우 뜨거운 것이다.
LG유플러스 역시 지난 15일 데이터 중심 요금제 13종을 출시한 뒤 고객센터와 전국 매장으로의 전화 문의와 방문이 평시 대비 30% 증가하고 있다며 새로운 요금제의 흥행 성공을 낙관하고 있다.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이처럼 이동통신 시장에서 단말기가 아닌 요금제로 주도권이 옮겨가고 있는 현상에 주목하며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처음 나온 2000년대 후반부터 몇 년 동안은 최신 단말기가 나올 때마다 선풍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이동통신 시장을 주도했으나 요즘은 새 단말기가 나와도 관심이 시들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쉽고, 메시지가 분명한 요금제가 잇따라 출시되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동안은 통신사마다 요금제가 너무 많고 복잡해 고객들이 요금제에 대한 관심과 접근성이 떨어졌으나 최근 들어 비교적 구조와 메시지가 간결한 요금제가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 시장이 차분해지면서 그동안 단말기에 밀려 뒷전이던 요금제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며 “통신3사가 무분별한 마케팅 경쟁에서 벗어나 본연의 경쟁 도구인 요금제로 승부하려는 움직임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