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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산업·융합에서 길을 찾다] <3부> 금융 혁명 핀테크①

[신산업·융합에서 길을 찾다] <3부> 금융 혁명 핀테크①

주현진 기자
주현진 기자
입력 2016-03-21 22:46
업데이트 2016-03-2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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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도 14배 고성장… ‘IT 격전지’ 핀테크, 먹느냐 먹히느냐

핀테크는 ‘파이낸스’(finance·금융)와 ‘테크놀로지’(technology·기술)의 합성어로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 간 결합을 말한다. 예금, 대출, 송금, 결제, 자산 관리·운용, 보험 등 기존 금융 서비스를 대체해 나가는 것은 물론 새로운 서비스까지 속속 창출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핀테크는 ICT의 진화가 촉발한 ‘금융 혁명’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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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IT·스마트폰 살릴 새 동력

핀테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했다. 리먼 사태 등으로 금융권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모바일(이동통신) 등 ICT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면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엑센추어에 따르면 글로벌 핀테크 시장 투자 규모는 2008년 9억 2000만 달러(약 1조 700억원)에서 2014년 122억 달러(약 14조 2000억원)로 6년 만에 10배 이상 커졌다. 전 세계가 저성장 시대에 직면했지만 핀테크 분야는 고성장이 예견되면서 덩치를 키우고 있다.

핀테크는 기존 금융과 가동되는 방식부터 다르다. 우리에게 친숙한 금융이 은행 지점에서 만나는 직원에게 서비스를 받는 것이었다면 핀테크는 본인이 주도적으로 가상의 인터넷이나 모바일(이동통신) 속의 금융사와 거래하는 형태를 띤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금융 지점이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왔고, 지점 직원은 스마트폰에 내장된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ICT 플랫폼으로 바뀐 셈이다.

핀테크의 선두 주자는 미국의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과 중국의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이다. 이들은 검색,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전자상거래 등 본연의 서비스를 운영하며 축적해 온 ICT 기술을 활용해 기존 고객을 핀테크 서비스가 제공되는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기존 금융이 IT를 이용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핀테크는 IT 기술이 독자적으로 금융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셈이다.

●결제·대출 중개 등 4개 영역서 폭발적 성장

핀테크는 송금, 간편 결제, 자금 모집 및 대출 중개, 자산 관리 등 4개 영역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에 더해 스타트업(신생 벤처)을 중심으로 금융 데이터 분석, 금융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의 분야로도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

금융데이터 분석 부문에는 미국의 어펌이 있다. 어펌은 자사 가입 회원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신용카드가 아닌 본인의 신용으로 할부 구매할 수 있는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원의 공개된 데이터를 분석해 몇 초 안에 신용도를 평가한 뒤 회원의 적정 할부 수수료를 산정해 부과하기 때문에 신용카드나 전자지갑과 같은 결제 수단이 없어도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금융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빌가드가 눈길을 끈다. 빌가드는 자사가 개발한 예측 시스템을 활용해 신용카드 수수료 과다 청구 등의 오류를 포착해 회원에게 알려준다.

지난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플랫폼 회사 온덱도 핀테크 신생 벤처다. 100% 온라인으로만 대출 신청서를 받고,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시스템으로 신청자의 금융 기관 거래 내용, 현금 흐름, SNS 평판 등을 분석해 몇 분 만에 대출 여부를 정한다. 이들은 기존 금융기관보다 빠르고 저렴한 서비스로 새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금융 해외 진출땐 다른 산업 동반 수출 가능

핀테크 산업은 미국과 영국이 주도하고 있다. 투자와 규제 완화를 내세운 정부의 지원이 있기에 가능하다.

영국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 산업이 타격을 입은 뒤 핀테크를 신산업으로 육성했다. 핀테크 벤처를 키우기 위한 전문 연구소와 창업 지원 기관을 설립했다. 영국 정부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도이치뱅크 등 대형 글로벌 금융이 공동 설립한 금융테크혁신연구소는 유망 핀테크 기업을 선정해 투자하고 금융회사와 제휴하도록 돕는다. 세계 첫 P2P(개인 간) 대출 플랫폼인 조파가 2005년 영국에서 나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1990년대 세계 최초로 인터넷 전문 은행이 등장한 미국은 금융사뿐 아니라 산업자본이 세운 인터넷 전문 은행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IT 기업들이 모바일을 통해 금융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자사 플랫폼을 통해 거래하는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의 신뢰를 담보해 주기 위해 2004년 알리페이를 출시한 알리바바는 은행업 허가를 받아 지난 10년 동안 지급 결제→대출→투자→보험→은행으로 진화했다.

서강대 경영학부 정유신 교수는 핀테크가 금융에만 머물지 않고 유통, 제조업 등 다른 산업 분야로 옮겨 간다며 관련 투자와 규제 완화를 통한 핀테크 육성 강화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미국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은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에, 중국 알리페이는 알리바바와 한몸”이라면서 “이들이 익숙한 결제 시스템을 무기로 쇼핑몰로 고객을 끄는 선순환을 만들듯 금융이 해외로 진출하면 한국 산업의 동반 수출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2016-03-2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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