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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거점 서버로 트래픽 줄여”… 망 사용료 ‘퉁치기’ 통할까

넷플릭스 “거점 서버로 트래픽 줄여”… 망 사용료 ‘퉁치기’ 통할까

나상현 기자
입력 2022-01-03 18:08
업데이트 2022-01-04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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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망 사용료 법적공방 2라운드

넷플릭스 “OCA 설치에 1조 지출
중계접속료 절감… SKB도 유리
버퍼링 방지로 소비자 만족감 커”

SKB “망 이용대가는 별개 사안
국내 소요 트래픽 총량은 동일
애플TV+디즈니+도 대가 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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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오징어게임, 지옥, 고요의 바다 등 최근 넷플릭스가 공개한 국산 콘텐츠들이 잇달아 폭발적인 글로벌 인기를 구가한 가운데 국내 통신망 이용대가 분쟁은 올해에도 여전히 넷플릭스의 숙제로 이어지고 있다. 망 이용대가를 놓고 다투는 SK브로드밴드와의 항소심이 시작한 데다 정치권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1심 법원은 지난해 6월 ‘넷플릭스는 인터넷망에 대한 연결과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는다’면서 사실상 SKB에 그 대가를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이용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넷플릭스의 주장에 금이 간 것이다. 이에 넷플릭스는 불복하면서, 망 이용대가를 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고수하기보다는 자사의 자체 기술인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OCA) 설치를 통해 망 이용대가를 대신할 수 있다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OCA 기술은 넷플릭스가 개발한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다. 데이터 트래픽을 줄이기 위해 복제 서버를 통신사와 가까운 곳에 두는 것을 의미한다. 넷플릭스 미국 본사에 있는 중앙 서버에서 한국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콘텐츠를 전송하려면 막대한 트래픽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전 세계 곳곳에 지역별 거점 서버를 만들어 놓고 물리적 거리를 줄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영상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내기 때문에 화면이 끊기지 않고 안정적으로 송출할 수 있다.

예컨대 택배사가 본사에서 직접 소비자에게 상품을 배달하지 않고, 각 지역에 마련한 거점 물류 창고를 거치는 개념과 유사하다. 넷플릭스는 2011년부터 142개국에 1만 400개가 넘는 OCA를 설치하는 데 10억 달러(약 1조원)가 넘는 금액을 지출했다.

넷플릭스는 OCA가 SK브로드밴드와 같은 인터넷사업자(ISP)에도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OCA를 통하면 여러 통신망을 거칠 때 발생하는 중계접속료를 ISP가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다. 쉽게 말해 넷플릭스가 거점 창고를 직접 설치해 미국에서 한국까지 데이터가 건너올 때 발생하는 비용을 대신 부담해 주겠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이 같은 OCA를 통해 SK브로드밴드와 ‘빌 앤 킵’(상호무정산) 방식을 적용하고자 한다. 빌 앤 킵이란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ISP 간 정산방식이다. 서로 연결된 ISP 쌍방이 교환되는 트래픽이 비슷하다는 전제로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고 말 그대로 ‘퉁’ 치는 셈이다. 즉 넷플릭스는 OCA에서 SK브로드밴드에 콘텐츠를 직접 전송해 주고, 대신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에 국내 통신망을 추가 비용 없이 제공해 주는 구조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OCA 설치와 망 이용대가 지급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설사 OCA를 통해 트래픽이 감소한다 해도, 감소된 트래픽을 기준으로 이용대가를 산정해 지급해야 한다고 SK브로드밴드는 보고 있다.

●OCA, 망 이용대가 인정 여부에 달려

이미 넷플릭스 외에 다른 콘텐츠 제공 사업자(CP)들이 금전적인 망 이용대가를 직간접적으로 지급하고 있다는 점도 넷플릭스에 불리한 정황이다. 지난해 말 국내에 출시한 애플TV+와 디즈니+도 별도 CDN에 비용을 지불하는 간접적 방식으로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고, 카카오·네이버 등 국내 정보기술(IT) 업체는 직접 ISP에 내고 있다.

본질적으로 넷플릭스가 주장하는 ‘빌 앤 킵’ 방식도 서로 연결된 ISP 간 정산 방식일 뿐, 넷플릭스와 같은 CP와 SK브로드밴드와 같은 ISP 간에 적용되는 방식이 아니라는 것도 SK브로드밴드의 입장이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의 첫 항소심 변론기일은 오는 3월 16일 열린다.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반환청구 반소도 함께 진행된다. 관건은 넷플릭스의 주장대로 OCA가 망 이용대가로 인정될지 여부다.

넷플릭스는 1심 판결문에서도 망 이용대가 지급의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구체적으로 대가의 속성과 관련해 어떤 형태가 되어야 하는지 판단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전뿐만 아니라 OCA와 같은 방식으로 이용대가를 치르는 결론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SK브로드밴드는 망 이용대가는 ‘금전적 대가’에 한정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SK브로드밴드는 망 이용대가 지급 규모에 대해 법원에 감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부당이득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작업을 진행한 후 법원과 협의해 별도의 감정신청을 통해 구체적으로 증명할 예정”이라며 “일단 명시적 일부 청구로서 10억원의 지급을 청구했고, 추후 감정결과에 따라 청구취지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법안’ 통과 땐 SKB 판정승

정치권에서 내놓은 소위 ‘넷플릭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소송전과 상관없이 SK브로드밴드의 ‘판정승’으로 일단락될 수도 있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지난해 12월 21일 ‘일정 규모 이상 부가통신사업자는 정보통신망 이용과 제공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정당한 대가를 산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미 김상희·이원욱·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도 비슷한 법안을 발의한 만큼 국회는 5개 법안을 병합 심사할 계획이다.
나상현 기자
2022-01-0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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