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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1개 화재에 대한민국이 멈췄다…비상전원장치도 무용지물

배터리 1개 화재에 대한민국이 멈췄다…비상전원장치도 무용지물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2-10-17 16:16
업데이트 2022-10-1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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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판교캠퍼스에서 불이나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 이닐 오후 카카오 등 데이터 관리 시설이 입주해있는 이 건물 지하에서 불이나면서 카카오톡, 카카오택시 등 일부서비스에 장애가 빚어졌다. 뉴스1
15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판교캠퍼스에서 불이나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 이닐 오후 카카오 등 데이터 관리 시설이 입주해있는 이 건물 지하에서 불이나면서 카카오톡, 카카오택시 등 일부서비스에 장애가 빚어졌다. 뉴스1
지난 15일 발생한 SK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당시 카카오와 네이버 등의 서버 기능까지 중단됐던 것은 지하 3층 전기실의 배터리 1개에 불이 붙으면서 진화 작업을 위해 센터 전체의 전원을 차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데이터센터 내 전기 공급선이 하나로 연결돼 있어 특정 장소에 대한 전기공급 중단만으로는 누전 위험 등을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수요 폭증으로 전국적으로 데이터센터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비슷한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배터리 1개 불났을 뿐인데 대한민국 ‘마비’
16일 경기도 성남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광역화재조사단이 조사를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22.10.16 박윤슬 기자
16일 경기도 성남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광역화재조사단이 조사를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22.10.16 박윤슬 기자
17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지난 15일 오후 3시 19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데이터센터 A동 지하 3층 전기실에서 발생했다.

현장 폐쇄회로(CC)TV를 살펴본 결과 전기실 내 배터리 중 1개에서 스파크가 일어난 뒤 화재가 발생하고, 이후 곧바로 자동소화 설비가 작동해 가스가 분사되는 장면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5개의 랙(선반)으로 이뤄진 배터리 1개가 전소됐다. 해당 배터리 주변이 그을리기는 했지만 또 다른 배터리로 불이 옮겨붙는 등의 추가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배터리 1개 전소만으로도 전국적인 혼란이 이어졌다.

불이 나자 전력에 이상이 생겼고 오후 3시 33분에는 카카오와 연계된 일부 서버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이에 카카오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인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와 다음의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다.
카카오톡 접속 장애 안내 메시지. 15일 오후 카카오 데이터센터가 입주한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판교캠퍼스에 화재가 발생해 카카오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  뉴스1
카카오톡 접속 장애 안내 메시지. 15일 오후 카카오 데이터센터가 입주한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판교캠퍼스에 화재가 발생해 카카오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
뉴스1
오후 4시 52분 소방당국은 “화재 진압에 물을 사용해야 한다. 누전 위험이 있으니 전력을 차단해달라”고 요청했다. SK C&C 측은 센터의 전체 전력 공급을 차단했다. 이때부터 카카오 연계 서버 외에 네이버 등 모든 서버의 기능이 중단됐다.

당일엔 무정전전원장치(UPS)에서 불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조사 결과 이번 화재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로 센터 전체의 전원 공급이 끊기자 UPS도 멈추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다.

무정전전원장치란 전원이 끊겼을 때를 대비한 전원공급장치의 일종이다. 서버 등 컴퓨터 하드웨어의 경우 갑자기 정전이 될 경우 데이터가 훼손되거나 하드웨어가 망가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력을 일정 시간 계속 공급해 주는 장치다.

SK C&C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내 전력 공급망은 층수 등과 관련 없이 모두 연결돼 있어 이번 화재처럼 진화 과정에서 누전 등이 우려되는 경우 불이 난 장소의 전원만 내려서는 위험을 막을 수 없다”며 “UPS실도 데이터센터 내에 있어서 전체 전원을 차단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작동이 불가하다”고 말했다.

배터리 화재 시 진화작업 고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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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합동감식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합동감식 1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주식회사 C&C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전기안전공사 등 유관 기관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위해 들어가고 있다. 2022.10.17 연합뉴스
소방당국은 당일 현장 브리핑을 통해 “불이 난 랙의 두께가 1.2m가량”이라면서 “유압장치 등을 이용해 (랙을) 벌려가면서 소화약제를 투입해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즉 배터리 내부를 파헤치며 진화 작업을 해야 했기에 불을 끄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완전히 진화가 됐는지 확인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에 “이런 경우 진화 방식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전체를 포로 덮어 공기를 완전히 차단해 불을 끄는 방식, 다른 하나는 다량의 물을 뿌려서 냉각하는 방식”이라면서 “소화약제만으로는 불길을 잡기 어렵다. 불이 나기 전에 예방해야 하고, 불이 나더라도 자동소화 설비로 즉시 불을 잡아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에서 스파크와 함께 불이 난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은 일단 전기적 요인에 의해 불이 난 것으로 보고 현장감식을 통해 수거한 배터리 등을 정밀감식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공 교수는 “배터리 자체 불량일 수도, 과충전 방지 장치 이상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면서 “배터리 이상은 양극과 음극의 분리막이 손상돼 합선이 발생하는 식으로 주로 일어나는데, 엄청난 과전류와 함께 다량의 열이 발생해 화재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중요해지는 데이터센터…“범정부적 관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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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만 새로고침
오류만 새로고침 경기 성남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난 15일 한 시민이 포털사이트 ‘다음’ 접속을 시도하고 있지만 계속 오류 화면이 뜨고 있다. 데이터 복구가 늦어지면서 16일에도 카카오의 일부 서비스 이용이 제한됐다.
뉴시스
정보통신 서비스의 고도화로 국내 데이터센터는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KDCC) 등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는 2000년 53개에서 2020년 156개로 늘었다.

통상 10만대 이상의 서버를 수용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인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SK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를 계기로 IT 플랫폼이 연계된 사고가 ‘초연결사회’로 분류되는 대한민국 전체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공적인 영역에서 사고 예방 및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상 방송·통신 재난관리 기본계획 제출 대상에는 카카오, 네이버 같은 부가통신사업자가 포함되지 않는다.

2020년 민간 데이터센터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해 정부가 감독 조사권을 갖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추진됐지만, 재산권과 영업비밀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데이터센터 규제법’이란 비판과 함께 무산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이 16일 오후 카카오 등 데이터 관리 시설이 입주한 경기 성남시 SK 판교캠퍼스의 전기실 등 화재 현장을 둘러본 뒤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허은아, 박성중(이상 국민의힘), 정청래, 조경태, 조승래, 윤영찬(이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2.10.16 연합뉴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이 16일 오후 카카오 등 데이터 관리 시설이 입주한 경기 성남시 SK 판교캠퍼스의 전기실 등 화재 현장을 둘러본 뒤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허은아, 박성중(이상 국민의힘), 정청래, 조경태, 조승래, 윤영찬(이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2.10.16 연합뉴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승래(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가통신산업자들은 트래픽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만 제도 안으로 들어와 있을 뿐 재난 상황에 대비한 이중화 장치 등은 덜 돼 있다”면서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해서도 이런 제도적 조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IT 보안업계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데이터센터 등 IT·통신 기반시설 보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지고 있다.

문종현 이스트시큐리티 시큐리티대응센터(ESRC) 센터장(이사)은 “SK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예기치 않게 센터 입주 업체가 알려졌다. 해커들이 ‘포털사를 공격하면 대한민국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학습한 상황”이라며 “민간업체이지만, 대국민 서비스이기에 범정부적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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