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중과 예외사유 규정…지방 부동산 시장 혼란 줄어들듯

양도세 중과 예외사유 규정…지방 부동산 시장 혼란 줄어들듯

김지수 기자
입력 2018-01-07 13:12
수정 2018-01-0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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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입주 폭탄’ 우려 속 양도세 회피용 ‘투매’ 방지 효과

무주택자 분양권 양도세 중과 제외…“실수요자 구제 효과 기대”

정부가 7일 공개한 2017년 세법개정 후속시행령 개정안에서 오는 4월부터 시행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예외사유를 규정함에 따라 4월 이전에 분양권과 지방 주택을 처분하려던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덜어질 전망이다.
작년 여름 부산의 한 견본주택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작년 여름 부산의 한 견본주택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또 입주물량이 증가하는 가운데 4월 이전에 양도세 회피 매물이 쏟아질 경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던 지방 부동산 시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기획재정부가 8일 입법예고하는 세법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다주택자는 4월부터 서울 등 40곳의 조정대상지역에서 집을 팔 때 최고 60%의 양도세를 물게 되지만, 3주택 보유자의 경우 수도권·광역시·세종시 외 지역의 3억원 이하 주택은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방의 공시지가 3억원 이하 주택은 아예 보유 주택 수를 계산할 때 빠지는 것이다.

또 2주택 보유자가 부산 7개구나 세종 등 수도권 이외 지역에 산 집을 취학, 근무상 형편, 질병 요양 때문에 팔 때는 예외가 인정돼 양도세 중과에서 제외된다.

올해부터 조정대상지역 내에서 분양권을 팔면 일괄 50%의 양도세를 물리도록 했던 것도 30세 이상 무주택자이거나 30세 미만이어도 배우자가 있는 경우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같은 양도세 중과 예외사유의 공통점은 주택이나 분양권을 구입한 ‘실수요자’들의 사정을 감안해 이들을 구제해 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부 입장에서도 가계부채와 입주물량이 굉장히 많은 데다 금리 인상이 동반되고 대출 규제 강화도 본격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다주택자들을 한계 상황으로 너무 몰아가지 않으려고 여러 경제적, 제도적 여건, 물량 부담, 수급리스크를 고려해 ‘퇴로’를 열어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먼저 3주택 이상자가 보유한 수도권, 광역시, 세종시 이외 지역의 양도 당시 기준시가 3억원 이하 주택을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지방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줄여줄 전망이다.

지방 부동산은 최근 2년간 아파트값 하락이 이어지고 하락 폭도 커지고 있으며 입주물량 증가로 ‘입주 폭탄’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각종 규제 정책을 통해 다주택자들의 주택 매도를 압박하면서 지방 등 호재가 없는 지역의 집부터 처분하고 서울 강남 등 주요 지역에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는 쪽으로 수요자들이 전략을 바꾸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에 따라 지방에 매물이 쌓이고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는 등 지방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4월 양도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지방에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다급하게 처분하려고 가격을 시세보다 큰 폭으로 낮춰 내놓는 ‘투매’ 현상이 벌어질 수 있고 이 경우 지방 부동산 시장에 혼란이 벌어질 것이 불 보듯 뻔했다.

하지만 이번에 지방의 3억원 이하 주택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외 대상에 포함되면서 이런 우려를 덜 수 있게 됐다.

양지영 R&C 연구소 소장은 “4월 이전 지방 부동산 거래절벽은 물론 가격 하락이 불가피했지만, 이번 예외사유로 인해 단기간에 큰 하락 폭을 막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조정대상지역에서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 애꿎은 지방 부동산을 처분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며 “다만 수도권, 광역시, 세종시는 그대로 유지되므로 예외 적용을 받는 대상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양 소장은 다만 “지방 주택시장은 당분간 집값 하락이 불가피하므로, 이번 혜택이 다주택자들이 지방 주택을 보유하기보다 매도는 하되 시기만 조절하는 소극적 영향만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수도권 내에서도 경기도 일부 지역은 하락 폭이 지방보다 큰 곳도 있고, 광역시도 울산은 집값이 1년간 2% 넘게 하락하는 등 사정이 제각각인데 3주택 이상자의 중과 제외 주택 지역이 좀 더 세부적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원갑 위원은 “지방의 경우 기존 보유자의 투매를 막는 효과가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지방의 주택 보유자가 서울의 집을 더 사게 하는 ‘상경 투자’의 빌미가 될 수도 있겠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번 세법시행령 개정안에서 주목받는 내용은 무주택자의 분양권 전매 시 양도세 중과를 하지 않기로 한 점이다.

분양권 양도세 중과는 지난해 가장 강력한 부동산 대책으로 평가받는 8·2 대책에 포함됐던 내용이다. 분양권을 전매할 때 보유 기간과 상관없이 50%의 양도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최근 2~3년간 신규 분양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분양을 받은 사람이 많았던 점을 감안해 이번에 양도세 중과세율 적용 배제 대상이 신설되면서 분양권 소유자의 부담이 덜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바라봤다.

박원갑 위원은 “무주택자 중 분양권을 불가피하게 처분하려던 사람들에게는 이번 조치로 세금을 좀 줄일 수 있게 돼 일부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소장은 “2~3년 전에 무주택자들이 계약금만 갖고 청약시장에 들어간 경우가 많았고, 양도세 중과 부담으로 그런 매물이 시장에 많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번 조치로 무주택자들은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분양권 양도세 중과 부담으로 수요자들이 아파트 청약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으나, 이번 세법시행령 개정으로 인기 지역 단지를 중심으로 청약을 받으려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함영진 센터장은 “분양시장에 무주택자에 유리한 가점제가 시행 중인 데다, 이번에 30세 이상 무주택 실수요자들에 대해 분양권 전매 시 양도세 부담이 없어졌기 때문에, 분양시장 선호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분양권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고 작년 연말까지 미리 서둘러 분양권을 매도한 수요자들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빠른 매도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을 중심으로 정부 정책의 미흡성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1월 1일 이후 잔금을 치른 사람부터는 지방소득세 포함 55%를 세금으로 낸다고 하니까 급하게 12월 말에 잔금을 치르고 분양권을 ‘헐값’에 처분한 사람들이 많았다”며 “그런 사람들이 억울해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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