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안 나면 수수료 안 받겠다” 신한은행 10월부터 새 약관 적용
신한은행이 앞으로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수익률이 마이너스일 경우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자본시장법상 손실보전 금지 위반 논란이 나오고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상품 투자로 인한 원금 손실은 금융사가 보전하지 못한다’는 자본시장법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ISA 상품의 수수료 전쟁에 불을 지피면서 금융권 출혈 경쟁 우려도 나온다.ISA는 저금리·고령화 시대에 자산 증식을 돕는 ‘국민 통장’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3월 도입됐다. 한 통장으로 연간 2000만원까지 주식, 펀드, 예금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고, 가입 후 5년간 발생한 수익에 대해 비과세·저율과세 혜택을 주는 상품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ISA 월별 순 가입자 수는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는 비과세 혜택을 현재 25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늘리고 중도인출도 가능한 ISA 시즌2가 출시되는 만큼, 신한은행은 수수료 면제 카드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문제는 마이너스 수익률 고객의 수수료 면제가 자본시장법 55조 손실보전 금지 조항의 위반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 한 시중은행은 이와 같은 내용을 금융위원회에 질의했고 아직 해석이 내려지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수정 약관을 금투협이 승인할 때 이 부분을 고려할 것”이라면서 “건전한 거래질서를 해할 정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고객만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방식에 대해 형평성 논란도 나온다. 신한은행은 분기별로 말일에 해당 계좌 누적 수익률을 기준으로 마이너스면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본전치기’ 한 계좌 가입자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익률은 시장 상황과 기준일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데 단순히 마이너스 여부만 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에서 시작된 보수 인하 경쟁이 금융권 출혈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KB국민과 우리, KEB하나 등 다른 시중은행도 ISA 수수료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금융상품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수수료보다는 수익률”이라면서 “수익률이 매력적이어야 ISA가 국민 재테크 통장이라는 명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2017-08-25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