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크 등 4개업체 정부 허가 불구 은행권 ‘의심거래’ 우려 협업 거부
아직 서비스 개시도 못해 ‘발동동’…은행측 “금융위 가이드라인 필요”핀테크 업체가 지난 7월부터 허용된 해외송금서비스의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협업을 거절한 탓이다. 해외송금 수수료가 5000원에 불과한 카카오뱅크 서비스에 쇼크를 받은 시중은행이 핀테크업체의 해외송금을 막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현재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의 합작회사 핀크 등 4개 핀테크 업체가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에 소액 해외송금업자로 등록을 완료했다. 이달 중으로 등록 업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외국환거래법을 개정해 지난 7월부터 핀테크 업체의 해외송금 영업을 허용했다. 고객들이 굳이 은행 지점에 가지 않아도 1인당 연간 2만 달러(약 2300만원)까지 외국에 돈을 보낼 수 있다. 수수료는 은행의 10분의1 수준이다.
하지만 핀크를 제외한 핀테크 업체들은 시중은행의 견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업체들은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한꺼번에 해외 금융기관에 뭉칫돈을 보내는 ‘프리 펀딩’ 방식을 주로 이용한다. 미리 파트너 회사에 일정금액을 보내놓고 건건이 발생하는 송금에 대해서는 정보만 보내 즉시 처리되도록 한다. 프리 펀딩은 시중은행을 꼭 거쳐야 한다. 하지만 시중은행이 핀테크 업체에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해외 은행 송금 단계에서 의심거래로 판단되면 책임져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이에 핀테크 업체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최근 A 시중은행을 방문해 프리 펀딩이 가능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면서 “금융 당국의 까다로운 기준을 모두 통과해 정식으로 영업 허가를 받고 등록했는데 은행들이 그 길을 막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핀테크 업체들은 지난 7월 금융위가 제시한 시중은행 수준의 자금세탁방지(AML) 의무 적용에 맞춰 등록을 준비했다.
카뱅 출범 이후 시중은행은 해외송금 수수료를 경쟁적으로 인하하고 있다. 핀테크 업체까지 영업을 시작하면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은행들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이다. 등록을 앞둔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은행들이 자기 밥그릇만 생각하며 독과점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 주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핀테크 업체들은 카뱅이 서비스하지 않는 중국, 동남아 등의 시장을 겨냥할 계획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금융위에서 핀테크 해외송금의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내리지 않았다”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해외송금 규제를 받는 시중은행이 핀테크 업체의 의심거래 우려를 알아서 판단하라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핀테크 업체들은 시중은행에 일종의 중개은행 역할을 기대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중개 수익보다 리스크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2017-09-07 2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