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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원화가치… 한 달 낙폭 주요 신흥국 중 3위

추락하는 원화가치… 한 달 낙폭 주요 신흥국 중 3위

김주연 기자
김주연 기자
입력 2019-05-12 17:46
업데이트 2019-05-13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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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리라·페소화 이어 세 번째

성장률 저하에 미중 무역전쟁 직격탄
환율 1200원 되면 자본유출 가능성도
달러 정기예금 급증… 유학생은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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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달여 사이에 원화 가치가 주요 신흥국 통화 가운데 세 번째로 가장 많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 충격에 이어 미중 무역분쟁까지 고조되자 원화가 직격타를 맞은 모습이다. 금융업계는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00원까지 올라갈 경우 자본유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유학생이냐 수출업체냐에 따라 국민들의 희비는 엇갈리고 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지난 8일까지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2.9% 떨어졌다. 지난 3월 29일 1135.1원(종가 기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8일 1169.4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주요 신흥국 통화 가운데 원화보다 화폐 가치가 더 떨어진 통화는 정국 불안에 휩싸인 터키 리라화(-9.0%)와 아르헨티나 페소화(-3.7%)뿐이었다. 미국과 무역분쟁을 겪는 중국 위안화는 1.0%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인도 루피화(-0.6%), 인도네시아 루피아화(-0.6%)는 위안화보다 변동폭이 작았고 멕시코 페소화(1.8%)나 러시아 루블화(1.1%)는 오히려 달러 대비 통화 가치가 상승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 기업의 장기 수익성이 나빠지고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한국이 최근 무역갈등에서 타격을 심하게 받고 있다”고 짚었다.

이렇게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오르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수출업체가 물건을 팔고 받는 수출입신용장(LC)이 은행에 많이 들어온다”면서 “환 헤지(위험 회피)를 하지 않은 수출 기업은 환율이 낮을 때 물품 계약을 했다가 높은 환율로 원화 대금을 받아 환차익을 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달러 자산도 인기다. 5대 시중은행의 달러화 정기예금은 지난 8일 기준 4월 말보다 9300만 달러가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주식 결제 금액은 20억 7063만 달러(약 2조 4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0% 가까이 늘었다.

반면 유학생이나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고민이 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통 등록금은 1년에 1~2번 송금하지만 생활비는 매달 보내는 경우가 많다”면서 “최근 송금 시기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으로 여름휴가를 계획한 김모(30)씨도 “미리 환전을 해 두지 않아 후회하는 중”이라면서 “예산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어 쇼핑이나 식비를 최대한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안갯속으로 빠지면서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00원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77.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장중 한때 1182.9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2017년 1월 17일(1187.3원)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당분간 1210원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자본 유출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외환 딜러는 “1180원선까지는 감당할 수 있지만 최근 변동 속도가 굉장히 빠른 데다 1200원까지 올라가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외국인은 원화 자산 가치가 떨어지고 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고 인식하고 더 빠져나갈 수 있어 금융시장에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2019-05-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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