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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이슈] 세계 1위 기업 지키지 못하는 나라

[이슈&이슈] 세계 1위 기업 지키지 못하는 나라

한상봉 기자
한상봉 기자
입력 2022-06-11 17:01
업데이트 2022-06-1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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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콤 “생산시설 부족해 수출요구량의 10%만 공급”
이동환 고양시장 당선자 “행정적 해법 모색해보겠다”

세계 최정상급 기술력을 갖췄음에도 고양시와 소송전을 벌이다 2020년 공장등록이 취소된 ㈜포스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11일 경기 고양시에 따르면 덕양구 행신동 서정초등학교 정문 앞 공장용지에 위치한 포스콤은 휴대용 엑스레이(X-Ray)기기를 생산하는 강소기업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수출이 30~40% 급증했으나 전체 공장제조면적 2000㎡중 약 25%인 480㎡에서만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수요를 감당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등록이 안된 상태에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면적은 최대 480㎡에 불과하다. 이때문에 주력 수출 지역인 유럽과 북미에 이어 우즈베키스탄 등이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생산능력의 한계로 수출 요구량의 10%도 공급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회사가 공장등록이 취소돼 480㎡에서만 제품을 생산하게 된 것은 서정초 학부모들이 방사선이 발생하는 엑스레이기기 생산공장이 학교 앞에 위치하는 것을 반대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휴대용 엑스레이는 완제품이 만들어지면 공장 지하 1층에 있는 성능검사실 내 차폐 상자 안에서 성능 실험을 하는데, 이때 방사선이 발생한다. 엑스레이 기기가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성능시험 때 발생하는 방사선은 인체에 기준치 이하의 영향만 미치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는게 포스콤 주장이다. 또 빛에 해당하는 방사선은 방사능과 달리 철근콘크리트 벽을 뚫고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게 포스콤 입장이지만, 학부모들은 완강히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고양시는 학부모들의 입장을 고려해 2019년 4월 포스콤의 공장등록을 취소 했다. 포스콤이 방사선 성능검사장비 입주를 금지한 고양시의 공장등록 허가조건을 어겼기 때문이다. 포스콤 측은 “엑스레이 생산업체에 대한 공장등록을 허가하면서 학부모들 반발에 밀려 방사선 성능검사장비 입주를 금지토록 한 부관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2019년 4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고양시 담당 과장도 소송을 제기하면 포스콤이 승소할 것이라며 소송을 권유했다. 그러나 공장등록 부관무효 소송은 2020년 11월 포스콤 패소로 종결됐다.

당시 이재준 고양시장은 “이번 소송에서 공공복리와 주변 교육환경에 대해 현명하게 판단해 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면서 “앞으로 기업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업과 인근 주민 간의 갈등과 분쟁을 사전에 중재해 기업과 학부모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1년 6개월이 다되어가는 이날 현재까지 양측 갈등은 풀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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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콤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이동환 고양시장 당선인. 오른쪽에 열린 작은 상자가 휴대용 엑스레이 기기 성능시험 상자. 정상 작동여부를 확인할 때 방사선이 발생한다.이동환 당선인 제공.
포스콤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이동환 고양시장 당선인. 오른쪽에 열린 작은 상자가 휴대용 엑스레이 기기 성능시험 상자. 정상 작동여부를 확인할 때 방사선이 발생한다.이동환 당선인 제공.
이에 이동환 고양시장 당선인 최근 포스콤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포스콤에 대한 지원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박종래 포스콤 대표는 “공장 신설 당시 방사선을 방사능으로 오해한 인근 학교의 학부모와 지역 정치권의 요구대로 성능검사실을 설치 하지 않는다는 합의서에 서명한 탓에 소송에서 패소했다”면서 “학교 운영위 등에 참석해 정부 전문 기관에서 인정한 안전성을 알리는 등 관계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인은 “기업을 육성하고 경영하기 좋은 환경이 우리 지역에 조성되지 않은 것 같아서 안타깝다”며 “포스콤은 학부모들과 협의하고 시는 행정적인 해법을 모색해보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향토기업인 포스콤은 2009년 고양시로 부터 서정초 정문 앞 공장부지를 분양받으라는 제안을 받아 들여 이듬해 8월 연면적 1만 1637㎡ 규모의 공장신축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서정초 학부모들의 반발로 행정심판을 거친 끝에 5년이 늦은 2015년 12월 착공했다. 학부모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당시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국회의원 측은 고양시와 함께 2016년 7월 포스콤 공장에 방사선 차폐시설을 설치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합의서에 서명할것을 요구했다. 회사 측은 방사선 발생 여부를 확인하는 차폐시설이 없으면 공장은 무용지물이라며 거부했으나, 고양시 설득에 따라 서명했다. 이듬해 10월 공장신축을 마친 포스콤은 합의서와 달리 지하 1층에 엑스레이 기기 성능시험공간과 방사선 차폐상자를 설치했다. 차폐시설을 갖추지 못하면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로 부터 방사선 발생장치 생산허가증을 발급 받을 수 없어 공장등록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장 안에 성능시험공간과 방사선 차폐시설을 만든 사실은 곧 학부모들에게 알려졌고, 고양시는 공장등록을 취소했다.

1994년 설립된 포스콤은 2006년 세계 최초 휴대용 엑스레이 기기를 개발하는 등 이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2015년 과학기술진흥부문 대통령상을 받았으며 협력업체 수는 약 200곳에 달하는 등 고양지역에서 가장 규모있는 제조업체이다.
한상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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