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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 후 ‘반도체 태동지’부터 찾은 이재용, 이병철 글귀 되새긴 이유 있었다

복권 후 ‘반도체 태동지’부터 찾은 이재용, 이병철 글귀 되새긴 이유 있었다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입력 2022-08-21 16:51
업데이트 2022-08-2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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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블로그]

지난 19일 경기 기흥 반도체 R&D 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이재용(오른쪽) 부회장이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든다’고 쓰인 반도체 웨이퍼로 만든 기념패를 직원들에게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지난 19일 경기 기흥 반도체 R&D 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이재용(오른쪽) 부회장이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든다’고 쓰인 반도체 웨이퍼로 만든 기념패를 직원들에게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반도체에 대규모 투자를 한 것은 충분한 투자 여력이 있어서가 아니다. 오로지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을 성공시켜야만 첨단산업을 꽃피울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삼성의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이 사업의 추진을 결심한 것이다.”

언뜻 보면 지난 5월 5년간의 투자 규모 450조원 대부분을 반도체에 쏟겠다고 발표한 삼성의 입장 같습니다. 하지만 이 발언은 지난 1984년 5월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이자 선대회장이 경기 기흥 VLSI 공장 준공식에서 한 말입니다. 최근 반도체가 세계 경제안보의 핵심 전략 자산으로 떠오르며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주요국의 기술 추격이 거센, 전례없는 위기 속에서 창업주의 40여년 전 결단은 새삼 울림이 큽니다.

지난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복권 이후 첫 공식 경영 행선지로 기흥캠퍼스 연구개발(R&D) 단지 기공식을 찾으며 삼성 반도체의 첫발을 다시 상기시켰습니다. 선대회장이 국내외의 반대와 비아냥을 무릅쓰고 독자적 기술로 세계 시장을 제패하라고 반도체 사업을 처음 태동시킨 곳이자, 1993년부터 메모리 세계 1위 신화를 일군 곳이기 때문이죠.
지난 19일 경기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원들과 악수하며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지난 19일 경기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원들과 악수하며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날 기공식 행사에서 이 부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부각시킨 것도 40년 전 선대회장이 남긴 4개의 문장이었습니다. 이병철 회장이 반도체 사업 진출을 발표한 1983년 2월 ‘도쿄 선언’ 직후 했다는 발언은 “무자원 반도인 우리의 자연적 조건에 맞으면서 해외에서도 필요한 제품을 찾아야 한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는 세계 시장이 무한히 넓다. 타 산업에의 파급 효과가 지대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우리 실정에 매우 적합해 국제 경쟁력을 갖고 있다”로 요약됩니다.

이 부회장이 평소 수시로 들여다보고 의미를 새겨온 이 글귀를 기공식 영상에서 40년 만에 공개한 것은 “잘못하면 삼성이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극한의 절박감 속에서도 도전과 혁신에 기꺼이 나섰던 당시의 ‘기업가 정신’과 ‘초심’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승지원 등 집무실 액자에 담긴 이 글귀를 항상 들여다보고 경영진들에게도 화두로 꺼내며 과감한 도전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기술 초격차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의지를 다지는 걸로 안다”며 “액자 밑에 선대회장이 임직원들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기흥사업장 모형을 소중히 두고 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9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간담회를 열고 임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지난 19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간담회를 열고 임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실제로 이 부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40년 전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첫 삽을 뜬 기흥사업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천명했습니다. 취업 제한 족쇄는 벗었지만 그는 이제 예측불가한 기술패권 전쟁에 총력 대응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본격적으로 짊어지게 됐습니다. 초심을 기억하며 펼쳐갈 그의 새 기업가 정신과 위기 극복의 해법에 기대가 쏠리는 이유입니다.

정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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