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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빅2’가 현대중공업을 공정위에 신고할 수밖에 없는 속내

‘조선 빅2’가 현대중공업을 공정위에 신고할 수밖에 없는 속내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22-09-02 17:25
업데이트 2022-09-0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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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절차대로”…조선업계, 수주 호황에도 인력난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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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건조 중인 초대형 원유 운반선.대우조선해양 제공
지난 7월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건조 중인 초대형 원유 운반선.대우조선해양 제공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수주 초호황을 맞은 한국 조선업계가 구인난에 집안 싸움을 벌이고 있다. 건조 주문을 받은 선박을 만들 조선업 종사자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을 대상으로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이 ‘부당 고용 유인’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케이조선·대한조선 등 4개 업체는 지난달 30일 현대중공업 계열 3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핵심 인력을 현대중공업 계열사들이 부당하게 빼갔다는 이유에서다.

조선 4사 중 일부는 공정위에 제출한 신고서에서 “현대중공업 계열 3사가 각 사 주력 분야의 핵심 인력 다수에 직접 접촉해 이직을 제안하고, 일부 인력에 대해서는 서류전형을 면제하는 채용 절차상 특혜까지 제공하는 등 부당한 방식으로 인력을 대거 유인했다”고 주장했다.

조선 4사는 “현대중공업의 부당한 고용 유인으로 인해 4개사는 프로젝트에 차질에 생겼으며, 향후 수주 경쟁력까지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그냥 넘어가면 인력 유출이 가속화해 건조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다.

이들 조선 4사는 그러면서 “현대중공업이 특히 조선업 전반에 수주가 크게 늘어나는 시기,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이 무산된 시점에 맞춰 시장점유율을 단시간에 장악할 목적으로, 올해 들어 집중적으로 경력직을 유인·채용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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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이 건조해 인도하기 직전 시운전하는 LNG 운반선 모습. 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이 건조해 인도하기 직전 시운전하는 LNG 운반선 모습. 삼성중공업 제공
지난해 하반기부터 LNG선 중심으로 수주 소식이 잇따르지만 조선 인력이 크게 줄었다. 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조선업 인력은 호황기였던 2014년 20만 3000명에서 작년 말 기준 9만 2000명으로 55%가 줄었다. 국내 조선 3사에는 올 하반기부터 9500여 명이 추가 인력이 필요할 정도로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공정위에 신고한 A사는 올들어 현대중공업 계열 3사로 유출된 인력 규모가 70여명에 이를 정도이며, 이들 대부분이 현대중공업 계열 3사 보다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받는 LNG운반선 , 해상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와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분야의 핵심 실무 인력을 중심으로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선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가운데 두 회사는 각각 50여명 이상이 현대중공업 계열로 유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 회사 측은 “인력 육성을 위한 투자 대신 경쟁사의 숙련된 인력을 부당하게 유인하면 공정한 시장 경쟁이 저해되고, 결국은 한국의 조선해양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자정 기능이 속히 회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타사에서 부당하게 인력을 채용한 바 없으며, 경력직 채용은 통상적인 공개 채용절차에 따라 모든 지원자가 동등한 조건으로 진행됐다.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되면 절차에 따라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선 4사의 공정위 신고는 현대중공업을 향한 선전포고라기 보다는 대내외적 경고라는 시각도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빅2를 중심으로 한 조선사들이 공정위 신고한 것은 내부 직원들의 동요를 단속하고 현대중공업의 행위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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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2021년 건조해 SK해운에 인도한 18만㎥급 LNG운반선 ‘프리즘 커리지’호. 현대중공업그룹 제공
현대중공업이 2021년 건조해 SK해운에 인도한 18만㎥급 LNG운반선 ‘프리즘 커리지’호. 현대중공업그룹 제공
이기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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