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별귀뚜라미 기능성 성분 추출
혈당·숙취해소제로 억대 수익원
외국 의료진도 자회사 설립 제안
동애등에 가공 통해 5개국에 수출
세척·건조 등 공동시설 거점 필요
“태국·스리랑카에 유통단지 계획”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주력 산업 앞에 미중 패권 경쟁과 에너지 안보 위기, 탄소 중립 등의 난제가 놓였다. 62개국과 24건(발효 59개국, 21건)에 달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며 경제 영토를 넓히는 전략으로 성장을 꾀해 오던 한국에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 와중에 발상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FTA 체결 때마다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 내지는 ‘보호 대상’으로 취급되던 농업의 약진이 그것이다. 특히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며 그린바이오 산업의 잠재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린바이오 산업은 곤충·미생물·농축산물 등 농업생명 자원에 첨단 생명공학기술을 적용해 농업 및 전후방 산업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신산업을 말한다. 세계적으로 1600조원 규모가 넘는 그린바이오 시장에서 한국의 기여는 아직까지 겨우 0.3%. 하지만 한국의 FTA 망을 발판 삼아 ‘게임 체인저’가 될 자질을 갖춰 나가기 시작한 그린바이오 산업 현장을 탐방했다.지난 12일 충북 청주의 곤충 그린바이오 기업 ‘엔토모’에서 사육·가공해 펫푸드 등 고단백 사료첨가제와 천연 비료로 쓰이는 음식물쓰레기 해결사이자 ‘자연정화 곤충’ 동애등에 유충이 세척 후 건조기에서 나와 식혀지고 있다.
지난 12일 전북 익산 239바이오 본사에서 만난 이삼구 대표는 “곤충은 신이 숨겨 놓은 마지막 보물 같다”고 말했다. 마치 날개에 황금색 훈장을 단 듯한 쌍별귀뚜라미를 손가락 위에 올려 둔 채였다. 이 대표는 2016년부터 식용 곤충인 쌍별귀뚜라미에서 중성지방 감소·지방간 개선에 도움이 되는 기능 성분을 추출해 혈당 조절 제품인 ‘D&D’와 숙취 해소제 ‘깨온’을 상품화했다. 충남 논산, 경북 예천, 제주 등지 8개 농가에서 연간 위탁 사육하는 쌍별귀뚜라미 12t을 전량 수매한 뒤 가공한다. 쌍별귀뚜라미 사육 농가에는 연평균 5300만원, 최대 1억 8000만원의 수익이 돌아간다.
이 대표는 “쌍별귀뚜라미의 100g당 단백질 함량은 소고기의 3배에 이르고, 1년에 9차례까지 수확할 수 있을 정도로 생산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쌍별귀뚜라미 대량사육 특허뿐 아니라 대체단백질 효능 관련 당뇨·발기부전·간기능·탈모·골다공증·반려동물 사료 제품에 관한 국내 특허 18건을 보유했고 당뇨환자 식사대체식 관련 28개국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전북 익산의 곤충 그린바이오 기업 ‘239바이오’에서 28개국에 특허 등록된 쌍별귀뚜라미로 만든 당뇨 환자 식사대체 식품 ‘D&D’와 간기능 특허를 받은 숙취 해소제 ‘깨온’.
이삼구 239바이오 대표가 지난 12일 전북 익산 본사에서 쌍별귀뚜라미 효능과 관련 자사의 국내외 지식재산권(특허 등록) 보유 현황을 설명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세척·건조 후 포장 판매되고 있는 쌍별귀뚜라미 원물 모습. 기능성 용도에 맞게 분쇄돼 가공 처리를 거친 뒤 당뇨 환자 식사대체식(분말·액상), 숙취해소제 환 등 다양하게 상품화된다.
대표적인 ‘로컬(근거리) 산업’인 농업 분야에 기반했음에도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삼을 수 있는 게 그린바이오 산업의 강점이다. 지난해 매출 12억원, 누적 매출 25억원을 달성한 239바이오 역시 이미 미국·인도·독일·중국·암만 등 8개국에 2억원어치를 수출한 바 있다. 대만, 베트남, 태국 지역으로의 수출 상담도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재고분이 50t 정도인데 1000t은 있어야 대규모 수출이 가능하다”면서 “스마트 팜을 통해 자체 생산을 늘리더라도 위탁 농가가 1000곳 이상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척·건조 등 가공 시설에 대한 농가 부담이 큰 만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동 시설 마련을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가 경북 예천 등 2곳을 곤충산업 거점단지로 지정하는 등 이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국내 최다(34건) 동애등에 특허를 보유 중인 엔토모에서 국내산 정어리를 100% 먹여 키운 동애등에 사료용 제품들. ‘동애등에 오메가 건조 애벌레’, ‘동애등에 오메가 고운 분말’, ‘동애등에 오메가 다목적 분말’ 등 분쇄 수준이 다양하다.
박덕주 엔토모 대표가 지난 12일 충북 청주의 엔토모 본사에서 배양 중인 동애등에 유충들을 손에 담고 밝게 웃고 있다.
배양 중인 동애등에 유충들.
지난 12일 충북 청주 곤충 그린바이오 기업 엔토모 본사 내 공장에서 동애등에 유충이 분변토와 선별돼 깨끗하게 분리 과정을 거치고 있다. 농가에서 위탁 생산돼 전량 수매한 동애등에는 물론 직접 사육 생산해 세척, 건조, 분쇄, 착유, 가공, 포장 출하 공정을 한 번에 처리한다.
관련 특허 34개를 출원하고 인도네시아 등 5개국에 제품을 판매 중인 엔토모의 지난해 매출은 21억원이다. 3년 만에 매출이 3배 이상 껑충 뛰었으며 동남아 지역에서 수출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순수 곤충 99%로 사료를 만드는 이 회사의 기술은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이 분야 선진국에서도 사료 중 곤충 비중은 60~70% 선으로 알려져 있다.
박덕주 엔토모 대표는 “가공한 제품만 수출하는 게 아니라 기술 이전, 마케팅 기법 등 소프트웨어적인 수출이 동시에 이뤄지는 게 그린바이오 제품 수출의 특징”이라면서 “그래서 한번 수출하게 되면 최소 10년은 관계가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 역시 수출 확대의 선결 조건으로 ‘규모의 경제’를 꼽았다. 그는 “1차 생산 농가가 활성화돼야 2·3차 가공산업도 활력을 얻는다”면서 “위탁 농가 규모를 현재의 100배 이상 규모인 800~1000농가로 늘리고 태국·스리랑카 등 동남아에 유통 거점단지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농림축산식품부의 ‘FTA 분야 교육홍보사업’ 지원으로 기획됐습니다.
그린바이오의 모든 것.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2023-10-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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