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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앞에 꼬이는 소고기 등급제 개편

김영란법 앞에 꼬이는 소고기 등급제 개편

김경두 기자
김경두 기자
입력 2016-09-04 23:10
업데이트 2016-09-05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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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링’ 평가 비중 축소 방침에 업계 “한우농가 경영 악화” 반발

‘마블링’(근내지방) 비중 축소를 핵심으로 하는 정부의 ‘소고기 등급제’(소 도체 등급판정 기준) 개편이 갈수록 꼬여 가고 있다. 가뜩이나 등급제 개편에 대해 한우농가의 불만이 많은데 오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까지 발효됨에 따라 정부의 농가 눈치보기가 더 심해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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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6월 소고기 등급제 개편안을 확정해 발표하기로 했지만 무산됐다. 한우 사육농가의 강한 반발 때문이었다. 정부는 이보다 앞선 4월 ▲마블링 이외의 평가항목(육색, 지방색, 조직감, 성숙도) 비중 강화 ▲마블링의 섬세함 추구 ▲등급 명칭 개선 ▲소비자 관심 정보 확대 등 내용을 담은 소고기 등급제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마블링이 우수하지 않아도 육색이나 지방색이 좋으면 등급을 높여주고, 지방이 굵직하게 박힌 ‘떡지방’ 대신 미세하고 촘촘하게 박힌 섬세한 지방을 높게 평가하는 것 등이 핵심이다. 마블링 함량에 따라 최고 등급이 결정되는 지금의 소고기 등급제가 국민 건강에 이롭지 못하다는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자 축산업계는 ‘한우 고유의 맛을 내는 마블링의 평가 비중을 낮추면 한우산업이 무너진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황엽 전국한우협회 전무는 “섬세한 마블링은 지방 축소를 원하는 소비자를 만족시키지도 못하고 사료값만 더 들 수 있다”며 “이는 한우농가의 경영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표류하고 있는 소고기 등급제 개편을 마무리하기 위해 정부는 등급 검사를 받을지 말지를 생산자가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 ‘자율제’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은 소를 도축할 때 반드시 등급(투플러스, 원플러스, 1·2·3등급) 판정을 받도록 의무화돼 있다.

백종호 축산물품질평가원장은 4일 “김영란법 시행으로 한우농가의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황이니 아무래도 개편안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미국처럼 소고기 등급 판정을 자율로 바꾸는 방안에 대해 농식품부 등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도 “한우농가와 소비자, 학계 등에서 다양한 의견을 제기해 보완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한우선물 수요는 연간 2400억원, 관련 음식점 매출은 53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자율제 도입 검토는 한우농가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새로운 소고기 등급제 도입에 따른 반발을 피해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백 원장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2018년 새로운 소고기 등급제 시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2016-09-0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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