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전(煎) 부치는 남편/육철수 논설위원

[씨줄날줄] 전(煎) 부치는 남편/육철수 논설위원

입력 2010-02-13 00:00
업데이트 2010-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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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가 가사에 이런 게 있다. ‘간 큰 남자’란 제목이다. 요즘 남과 여의 역학관계를 꿰뚫은 노랫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대충 이런 내용이다. 간이 큰 남자란 ▲아내한테 전화 건 남자에게 누구냐고 꼬치꼬치 묻는 남자 ▲향수 뿌리고 외출하는 아내를 미심쩍게 쳐다보는 남자 ▲매일 식탁에 주저앉아 밥 달라고 보채는 남자 ▲밀린 빨래와 설거지는 안 하고 비디오만 보는 남자 ▲바쁜 아침에 용돈이 적다 하며 투덜대는 남자들이란다.

그런가 하면 ‘노숙자 유머’란 것도 떠돈다. 20대 노숙자의 사연을 들어보니 아침밥 차려달라고 했다가 쫓겨났고, 30대는 저녁 먹고 간식 달랬다가, 40대는 저녁으로 라면 끓여 달랬다가, 50대는 아내에게 어디 가느냐고 물었다가, 60대는 자다가 살이 스쳤다고, 70대는 아내와 한방에서 자겠다고 했다가, 80대는 자고 일어나니 숨쉬고 있다고 쫓겨났다고 한다. 과장이 좀 심하지만 차츰 권위를 잃어가는 남성들의 현실을 재치있게 표현했다.

세상은 달라졌다. 여성과 남성이 균형을 이루는 과정이겠으나 남성은 기득권을 하나하나 빼앗기는 기분일 것이다. 최근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조사한 ‘이혼 변천사’를 보더라도 남편과 아내의 위상은 많이 변했다. 아내한테 매맞는 남편은 이제 뉴스거리도 안 된다. 남편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잘못했다간 최악의 경우 이혼을 당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세태에서도 아직 크게 달라지지 않은 풍경이 있다면 명절 음식장만이다. 하지만 이 역시 여성에게 ‘가혹하다.’는 분위기여서 변화가 예상된다. ‘명절이혼’의 급증도 이와 관련이 깊다고 한다. 남성의 처지에선 달갑잖은 일이다. 하지만 어찌하랴. 변화를 거부하면 ‘간 큰 남자’ 취급 받기 십상일 텐데.

얼마전 어느 관절·척추 전문병원이 명절 가사(家事) 관련 설문조사를 했다고 한다. 주부 300여명에게 물었더니 명절에 일을 한 뒤 81%가 관절이나 허리통증을 겪었단다. 주범은 ‘전(煎)부치기’(52%)였다. 다음으로 설거지(32%), 요리(29%) 등이다. 전을 부칠 때 쪼그리고 앉기 때문에 무릎관절에 가해지는 압력이 체중의 5배라고 한다. 허리는 2~3배다. 그래서 예상컨대 전부치기가 조만간 남성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남성들이 명절에 손도 까딱 안 하고 술마시고 고스톱치던 일은 ‘과거의 특권’이 될 것 같다. 내일은 설 명절이다. 아내에게 사랑받고 싶으신가, 아니 쫓겨나고 싶지 않으신가? 그럼 아내의 건강과 가정의 평화를 위해 이번 설엔 꼭 전을 부쳐 보시라!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10-02-1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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