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 축제에 대한 단상/이철희 강원대 IT대학 교수

[지방시대] 축제에 대한 단상/이철희 강원대 IT대학 교수

입력 2010-06-01 00:00
수정 2010-06-0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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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춘천에서는 마임 축제가 열려 봄의 마지막을 멋지게 수놓았다. 마임 축제는 인형극제와 더불어 호반의 도시 춘천을 문화 예술 도시로 각인시키는 쌍두마차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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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강원대 IT대학 교수
이철희 강원대 IT대학 교수
이 두 문화 축제가 더욱 정이 가는 이유는, 민간 주도로 시작되어 수십년의 연륜을 쌓아오는 동안 지나친 상업성과 물량주의의 유혹에 물들지 않고 품위와 격조를 유지하면서도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의 교감과 소통을 잘 이루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축제들이 방방곡곡에서 연중 끊임없이 열리고 있지만, 대부분이 형식과 내용 면에서 독창성이나 생산성을 살리지 못하고 낭비적이고 현시적인 행사의 재현에 그치고 있다. 이 두 축제가 더욱 돋보이는 까닭이 아닌가 생각된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축제전문포털들에서 파악하고 있는 축제만 해도 1000개를 훌쩍 넘어섰고, 중앙정부에서 예산 지원을 통해 육성하고 있는 축제도 2000년(25개, 15억원)에 비해 작년(57개, 72억원)에는 배 이상 증가하였다. 이러한 이벤트성 행사야말로 비교적 빠르고 쉽게 창출될 수 있는 단체장의 업적이자 홍보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이 선택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상당수의 축제는 태생적으로 관 주도, 상품화, 이벤트 지향이라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내거는 타이틀과는 무관하게 비슷한 포맷과 행사 내용으로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인상을 지우지 못하게 되었다. 신생 축제들의 대부분이 지역적 공감과 동화 과정을 거치고 오랜 시간에 걸쳐 고민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것이 아니라 급조된 것들이다 보니, 지역성의 담보도 불확실할뿐더러 철학과 정체성의 부재, 아이디어와 콘텐츠의 빈곤은 어쩌면 필연적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답답한 것은 축제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자꾸 높아지는데,구태의연한 전례를 답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이나 올해나 별반 다를 바 없는 내용과 방식으로 주최측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대로 축제를 즐겨야만 한다면, 축제에 대한 관심과 선호는 급격히 줄어들어 외면당하고 말 것이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옷을 입어도 남들과는 다른 것을 입고, 먹거리도 끊임없이 새로운 맛을 찾아다니는 개성과 다양성의 시대이며,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에 친숙한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마음으로 차별화된 콘텐츠를 발굴·개발해야 한다. 서울 인사동에서 누구나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닌 특화된 기념품의 개발, 첨단 정보 매체나 IT 기술의 활용을 통해 축제 소비자와의 소통과 서비스의 다양화를 꾀함으로써 축제의 총체적인 만족도를 높이고 잠재적인 축제 소비자를 유인하고 확대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바이로이트 음악축제와 같이 전 세계 사람들이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기꺼이 보고 싶어하고, 매년 가더라도 항상 새로움을 느끼고 행복해하며, 축제가 열릴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기대에 부푸는 그런 축제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아직은 시기상조일까? 춘천 마임 축제가 그런 축제로 우뚝 설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2010-06-0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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