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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상수(上壽)/박홍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상수(上壽)/박홍기 논설위원

입력 2011-06-23 00:00
업데이트 2011-06-23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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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한 때 명장 마원이 반란군 진압을 위해 출정할 뜻을 밝히자 광무제가 말렸다. “나이가 너무 들었다.”며 주저하자 마원은 “비록 예순둘이지만 갑옷을 입고 말을 탈 수 있으니 어찌 늙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훌쩍 말에 뛰어올랐다. 광무제는 “확삭(矍鑠·늙은 이가 기력이 정정하고 몸이 잼)하도다.”라며 허락했다. 마원은 평소 말해온 “노당익장(老當益壯)”을 실천해 보인 것이다. 후한서 마원전에 나오는 ‘나이가 들수록 기력과 의욕이 왕성해야 한다.’는 노익장의 유래다.

평균 수명이 길어져 요즘엔 70세 고희(古稀)쯤 돼야 노인 축에 낄 정도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11 세계보건통계 보고서’는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기대수명을 80세로 잡고 있다. 남성은 76세, 여성은 83세다. 때문에 77세 희수(喜壽), 88세 미수(米壽), 91세 망백(望百) 등 나이를 헤아리는 한자어도 어렵지 않게 보고 들을 수 있다. 특히 나이를 상중하로 나눌 때 최상이라는 상수(上壽), ‘그 나이가 되기를 바란다’는 기원지수(期願之壽)를 일컫는 100세도 낯설지 않다. 그만큼 오래 사는 데다 젊은이들 못지않게 노익장을 과시하는 늙은이들이 세계적으로 적잖다.

나치 점령 때 레지스탕스 운동에 가담했던 프랑스인 스테판 에셀은 93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세계를 향해 “무관심이야말로 최악의 태도”라며 ‘분노’를 외치고 있다. 그의 35쪽짜리 작은 책 ‘분노하라’는 프랑스에서 200만부나 팔렸다. 우리나라에서도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사흘 뒤면 만 100세가 되는 일본인 시바타 도요가 지난해 3월 발간한 첫 시집 ‘약해지지 마’는 올 1월 100만부 판매를 기록했다. 104세의 현직 판사도 있다. 1962년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 시절 종신직인 캔자스주 연방지법 판사로 지명된 웨슬리 브라운은 휠체어에 의지하지만 지금도 법정에 나와 재판하는 등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그제 발표한 ‘100세 이상 고령자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현재 100세 이상 노인은 1836명이다. 5년 전에 비해 무려 91%나 늘었다. 절제된 식생활과 낙천적인 성격, 규칙적인 생활 등이 비결이라고 한다. 의료시설 및 의술 등 사회 환경 개선도 한몫 하고 있다. 고령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노인 복지에 한층 신경써야 할 때다. 노인들의 삶이 즐겁고 따뜻한 사회는 모두가 꿈꾸는 세상 아니겠는가. 시바타가 ‘…난괴로운일도/있었지만/살아 있어서 좋았어/너도 약해지지 마’라고 읊조렸듯 긍정의 힘이 넘치는 그런 세상.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2011-06-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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