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도시광산/박홍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도시광산/박홍기 논설위원

입력 2011-07-16 00:00
수정 2011-07-16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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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희귀금속은 전자산업의 쌀로 일컬어진다. 반도체·자동차 등의 필수 부품에서 없어서는 안 될 재료인 까닭이다. 금·은·동·백금을 비롯해 니켈·안테몬·카드뮴·텅스텐·몰리브덴 등은 실제 매장량은 적고 수요는 큰 금속류다. 천연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전자산업을 선도하는 우리나라, 일본과 같은 나라에서 희귀금속의 존재감은 엄청나다. 때문에 희귀금속의 재활용, 즉 리사이클링(recycling)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자 숙제인 것이다. 비교적 자원이 풍부한 미국·중국 등도 예외가 아니다.

이른바 ‘도시광산’(Urban mining)은 이런 고민 속에서 나왔다. 1980년대 일본 도호쿠대학 선광(選鑛)제련연구소의 난조 마치오 교수가 처음 사용한 용어다. 쓰다 버린 휴대전화·TV·냉장고 등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산업폐기물에 함유된 금속자원을 축출해 내는 것이다. 자연광산이 아닌 도시의 폐처리장에서 자원을 캐내는 작업이다.

평균 100g 나가는 휴대전화 1t에서는 대략 금 300g, 은 2㎏뿐만 아니라 니켈과 크롬 등 20여종의 희귀금속을 얻을 수 있다. 자연광산에서 캐낸 광석 1t에서 확보할 수 있는 금의 양은 5g에 불과하다. 도시광산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자동차 1대에 4.5㎏씩,국내 자동차 1800만대에 함유된 희귀금속은 8만 2000t에 이른다. LCD패널에는 344g, 가전제품 모니터에는 335.4g의 희귀금속이 들어 있다. 희귀금속의 보고(寶庫)인 것이다.

일본 물질·재료연구기구에 따르면 2008년 기준 일본 내 도시광산에 쌓여 있는 금의 양은 6800t이다. 최대 금 생산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매장량을 넘어설뿐더러 세계 금의 16.05%에 해당한다. 은은 6만t으로 세계의 22.4%, 인듐은 61%, 동은 8.06%를 보유하고 있다. 도시광산 관점에서 일본은 세계 자원대국인 셈이다. 그만큼 재활용 기술 노하우와 국민들의 호응이 높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중국은 올 3월 채택한 5개년 계획에서 전국 50곳을 도시광산 시범기지로 지정했다. 정책에 도시광산이 처음 등장했다. 중국은 일본 최대 리사이클링기업인 도와(DOWA)그룹의 도움을 받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전기·전자제품, 자동차 등에 잠재한 금속자원의 가치를 최소 50조원으로 추산했다. 초기 수준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의 도시광산 개발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태껏 소중한 희귀자원을 헛되이 버렸다. 금을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2011-07-1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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