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장은 최근 외부 강연으로 바쁘다. 지난달 21일 원자력연구원을 시작으로 이달 10일 항공우주연구원, 13일 지질자원연구원·에너지기술연구원·표준연구원, 16일 기계연구원을 찾아 ‘21세기 융합시대를 선도하는 출연연의 역할’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다. 위원장이 같은 주제의 강연을 반복하는 것이 한가로워 보일 지경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필사적’이다. 강연의 요체는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출연연 단일법인화 및 국과위 산하 이전’에 대한 설명이다. 정책 발표 이후 출연연의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자 위원장이 직접 달래기에 나선 것. 강연장 분위기는 한결같이 험악하다. 장관과 산하기관 종사자들의 간담회로 볼 수 없는 수준이다. 연구원이 떼지어 퇴장하는가 하면 김 위원장을 몰아쳐 사과를 받아내는 장면도 연출됐다. 지난해 1월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68%가 ‘단일법인화 및 국과위 산하 이전’에 찬성했다. 올 1월 초 같은 사람들에게 다시 묻자 85%가 반대했다.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정부가 출연연 개편 방침을 밝힌 것은 2009년이다. 이후 지루한 공방이 이어졌다. 주인공은 출연연이나 연구원들이 아니라 정부 부처였다. 산하기관을 내놓을 수 없다는 부처들의 이기주의 속에 출연연을 관장하게 될 국과위는 ‘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개편 대상인 연구원들은 2년간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한 연구원은 연구소 게시판에 “이 정부가 과학기술계와 출연연을 정말 우습게 보고 있다는 점을 확신하게 됐다.”고 했다. 또 다른 연구원은 “내 신분이 어떻게 되는지 불안해하다가 허송세월했다.”고 푸념했다. 집단반발에는 이런 정서가 강하게 작용했다. 출연연 개혁은 아직 미완성이다. 2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원점으로 돌아간다.

정치권이 구성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법안을 처리할 수 있을까. ‘효율적인 정책’이라는 강변보다 연구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진솔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