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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대] 프랑스 대선을 바라보며/장홍 프랑스 알자스주정부 개발청 자문위원

[글로벌 시대] 프랑스 대선을 바라보며/장홍 프랑스 알자스주정부 개발청 자문위원

입력 2012-04-16 00:00
업데이트 2012-04-16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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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홍 프랑스 알자스주 정부개발청 자문위원
장홍 프랑스 알자스주 정부개발청 자문위원
프랑스의 대선은 1차 투표를 거쳐 상위 두 후보가 2주 후에 치러지는 2차 결선 투표에서 최종 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오는 22일에 1차 투표 그리고 5월 6일에 2차 투표가 진행된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1차 투표에는 연임을 노리는 사르코지와 그의 최종 경쟁자가 될 것으로 확실시되는 사회당의 올랑드 후보는 물론 극좌에서 극우까지 다양한 군소 정당의 후보들이 대거 출마하여 다양한 정책 경쟁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는 1995년 미테랑의 14년 사회당 집권이 막을 내린 후 시라크와 사르코지로 이어지는 우파의 집권이 17년간 계속되었다. 현재 프랑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며, 1회에 걸쳐 연임이 가능하다. 따라서 사르코지 대통령에게는 당선 유무에 관계없이 마지막 대선을 위한 결전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현재 프랑스의 유권자들은 17년에 걸친 우파 집권에 상당히 피로를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사르코지의 집권을 가능하게 했던 “일한 만큼 더 잘사는” 세상은 5년이 지난 후 여전히 선거 구호로 남아 있을 뿐이다. 일을 하려 해도 마땅한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빈부의 격차는 더욱 심화되었다. 재임 중 국제적 위기와 유럽의 위기가 여러 번 닥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만으로 현재 프랑스 국민이 지닌 집권당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기에는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사르코지는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고, 따라서 새로운 선거 전략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제 그는 물질적 풍요를 핵심공약으로 내걸지 않고, ‘노동, 책임, 권위’라는 프랑스의 새로운 가치를 들고 나왔다. 이민과 치안 정책 등 민감한 분야에서 극우의 표를 의식해 강력한 우경화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도 주목할 사항이다. 그리고 ‘강한 프랑스’를 대선 슬로건으로 선정했다. 어디서 본 듯한 이 슬로건은 지난날 베를루스코니의 ‘강한 이탈리아’와 흡사해 차라리 씁쓸함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지나친 우경화로 국민전선의 극우 표를 일부 몰아올 수는 있겠지만, 승리를 결코 장담할 수 없다.

사르코지가 1위 혹은 2위로 결선 투표에 나가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문제는 모든 여론조사가 2차 투표에서 6~12% 포인트 차로 사회당 후보에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온다. 게다가 일부 극우파의 표까지 합친 우파 진영의 표는 거의 결집된 것으로 보인다. 사르코지의 고민이 깊은 이유다. 하여 중도파의 베이루 후보와 결선 투표에서 연합하는 대가로 국무총리 자리를 제안하는 딜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이 분분하다.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강력한 우경화 정책과 온건 중도파의 정책이 어떻게 조율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회당의 올랑드 후보는 특히 금융과 교육 분야에 강력한 개혁을 주장함과 동시에 프랑스의 새로운 가치를 주창하고 있다. 선거에 맞춰 출간된 저서 ‘프랑스에 대한 새로운 생각’에서 그는 무엇보다도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가치에 근거하지 않은 정치는 지속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정직, 공로, 연대’를 주장하며 사르코지의 ‘노동, 책임, 권위’를 맞받아치고 있다. 동시에 이민·치안 정책 등 전통적으로 좌파가 취약한 분야에 대해서도 특별히 전문가들을 영입해 세심한 공을 들이고 있다.

이번 대선의 가장 새롭고도 걱정스러운 요소는 매우 낮은 예상 투표율이다. 대선 역사상 처음으로 투표일이 가까워오면서 투표하지 않겠다는 유권자가 늘고 있는 추세이며, 1차 투표를 일주일 정도 앞둔 현재 30%를 넘고 있다. 2007년의 대선에 비해 무려 두 배에 달한다. 프랑스인 두 사람 중 한명은 대의정치를 통해 자신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심지어 네명 중 한명은 아예 정치로부터 소외되었다고 여기고 있다. 따라서 낮은 투표율이 진보와 보수의 득표에 현실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를 따지기 전에, 대선에 대해 걱정스러울 정도로 높은 무관심은 무엇보다도 프랑스 사회의 현 상태가 그리 건강하지 않다는 징후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2012-04-1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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