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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화이트 해커/구본영 논설위원

[씨줄날줄] 화이트 해커/구본영 논설위원

입력 2012-07-04 00:00
업데이트 2012-07-04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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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컴퓨터 프로그래머 줄리언 어산지는 지난 2010년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 리크스’로 뉴스메이커가 됐다. 해킹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무차별 폭로해 전 세계 저명인사들이 식은 땀을 흘리게 하면서다. 이 과정에서 컴퓨터 보안의 중요성을 일깨운 것은 그의 역설적인 공적이다.

동전의 양면성일까. 해킹 기술도 어떤 자세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범죄 수단이 될 수도, 과학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이는 한때 세계 5대 해커 중의 한 명으로 꼽힌 케빈 미트닉의 인생유전에서도 입증된다. 그는 15세 때 공짜로 버스를 타기 위해 로스앤젤레스 시내버스 요금 결제 시스템을 해킹하면서 범죄 행각을 시작했다. 그렇게 해킹을 일삼던 미트닉은 과거 해커였던 컴퓨터 보안 전문가 쓰토무 시모무라의 전산망에 침입했다가 꼬리를 밟혔다. 이로 인해 5년 8개월간 교도소 신세를 진 뒤 현재 컴퓨터 보안 전문가 겸 강사로 활동 중이다.

2009년 미국 ABC 웹진에 의해 미트닉과 함께 5대 해커로 선정했던 다른 인물들의 인생 행로도 비슷하다. 모두 불법 해킹에서 손을 씻었다는 점에서다. 예컨대 웜 바이러스로 전세계 컴퓨터 6000대를 일시에 마비시켰던 로버트 모리스의 근황을 보자. 놀랍게도 MIT대 교수가 그의 현직이다. 어산지는 자서전에서 “사람은 맨얼굴로는 솔직히 말하지 않지만, 가면을 씌워주면 진실을 말한다.”는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어록을 소개했다. 은밀한 해킹을 통한 정보 수집을 합리화하려는 심산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불법 해킹이 장려할 만한 행위일 순 없다. 그러나 천재 해커들의 프로그래밍 기술을 선용하면 정보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도 있다. 그런 맥락에서 지식경제부와 한국정보기술연구원이 추진한다는 ‘화이트 해커’ 선발 프로그램이 주목된다. 화이트 해커는 ‘선의의 목적을 가진 해커’를 가리킨다. 내로라하는 해킹 고수들 중에서 스마트폰 해킹사고에 대응하는 모바일 보안, 사이버 해킹과 물리적 산업 인프라에 타격을 입히려는 시도를 동시에 차단하는 융합 보안 등 6개 분야에서 6명을 뽑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 정보기술(IT) 강국이지만 보안 분야는 취약한 편이다. 반면 북한은 IT 인프라는 형편없지만 해커부대의 실력만은 위협적 수준이다. 북의 ‘붉은 해커’들이 우리의 군사시설과 원전 등 산업시설 교란을 겨냥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의 정예 ‘화이트 해커’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2012-07-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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