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오는 바람과 까마귀와 까마귀가 둥지를 튼 웃자란 나무는 동일한 리듬을 갖고 흔들리고 있었다. 햇볕의 방향과 그늘의 크기와 격자무늬 창살의 그림자도 동일한 리듬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한 번도 햇볕을 인정해본 적이 없는 불협한 나는 방구석에 잠복해 매일 해가 넘어가는 방향을 주시하고 있었다.
여름의 리듬에 동조하지 못했던 나는 이 여름의 복판이 한없이 궁금했다. 혼잣말도 리듬을 타고 돌아왔다. 내가 뱉은 말은 어디론가 흘러갔다가 리듬을 얻어 돌아오곤 했다. 나는 그 시절 내내 리듬에 시달리고 있었다.
2012-07-07 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