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싸이와 종말스타일/주원규 소설가

[문화마당] 싸이와 종말스타일/주원규 소설가

입력 2012-12-06 00:00
업데이트 2012-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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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다 늦게 진부할지도 모르지만 분명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미덕이 많은 노래다. 흥겨운 멜로디나 음악적 완성도가 가져오는 미덕과는 별개로 강남스타일은 오락성, 중독성 그리고 보편성이란 측면에서 탁월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때의 오락성은 부정적이거나 폄하하려는 의도와는 거리가 멀다. 재미를 추구한다는 것 그리고 그 재미를 극대화시켜 소비하고 소비되는 일종의 문화현상은 의심의 여지없이 대중문화가 갖는 최상의 미덕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강남스타일은 최상의 가치를 구현해 내는 질 높은 오락성의 바탕 위에서 그 또한 탁월한 중독성을 함께 표출하고 있다. 재생, 반복효과를 가능케 하는 건 의미라는 복잡성을 걷어낸 단순함이란 전제가 전면에 부각되기 때문이다. 곤란하게도 강남스타일 가사가 가진 일종의 세태풍자적인 해학은 중독성이란 측면으로만 보면 설 자리가 없다. 강남스타일은 오직 독특한 안무의 반복적 단순함이 가져오는 재연행위의 중독성에 주목한 노래다. 중독이란 표현 역시 부정적으로 비칠지 모르겠지만 이 역시 오락성과 연동해 생각해 보면 틀림없는 미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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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규 소설가
주원규 소설가
마지막으로 강남스타일의 결정적 미덕은 바로 보편성에 있다. 싸이의 음악성이 해학과 재미에 있었다면, 자신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소비층 역시 도락적 기쁨에 감응하는 모든 이들을 아우를 것이다. 우리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도락을 원한다. 이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최소한의 숨쉴 구멍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남녀노소의 외연은 결국 동양과 서양의 경계 또한 훌쩍 넘겨 버린다. 강남스타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추종하는 재미의 열망에 가장 솔직하게 구애했고, 대중들은 그 러브콜을 아낌없이 받아들였다. 그런 맥락에서 강남스타일은 미덕이 풍부한 문화적 자산이 틀림없다.

그런데, 이 세 가지 미덕의 이면엔 뜬금없게도 종말의 정서가 깊게 연루되어 있음을 피할 길이 없다고 생각된다. 오락성, 중독성, 보편성의 범위가 오늘날 우리 사는 세상, 동·서양을 망라한 사람들에게선 철저한 종말론으로 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시화된 종말론자들, 아니면 그 정서에 직·간접적으로 동조하는 이들에게 ‘내일’이란 단어는 무의미와 등가다. 내일의 시간은 단지 누군가가 선포한 종말의 그날을 위해 마련된 들러리에 불과하다. 오늘의 우리가 추구하는 재미 속에 내일이란 의미는 무의미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오늘의 문화는 오늘이란 시간 속에서 재미의 모든 것을 배설해 내길 원한다. 내일에 대해 정색하고 질문하는 전망에 귀를 기울이고자 할 때, 오락성은 설 곳을 잃고 만다. 그만큼 재미는 물 건너가는 것이다. 내일을 이야기하지 않기에 자연스럽게 오늘이 반복된다. 이 반복이 지루하지 않으려면 중독의 등장이 절대적이다. 요컨대 재미의 미덕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건 우리를 붙들어매야 하고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중독이다. 중독은 망각의 정서와 쉽게 결탁된다. 내일을 생각하지 않으려면 오늘 안에 모든 것을 묻어 버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내일을 잊어야 하고 오늘 속에서 ‘갈 데까지 가보자’는 종말론적 열망을 중독성의 쳇바퀴 속에서 풀어내야만 하는 것이다.

그와 함께 번져 오르는 건 바로 종말의 보편성이다. 종말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특성은 보편성이다. 종말은 어떤 특정한 집단에게만 유효한 것이 아니다. 지구촌 모두에게 예외 없이 도래해야 종말이다. 결국 종말은 아무도 피할 수 없다는 바탕 위에서 성립되는 절대적인 보편성이다. 바로 이런 것들이 종말이 갖고 있는 우울한 연대의식일 것이다.

어이없게도 최근 싸이와 종말이란 주제가 화제다. 실없이 웃고 넘길 만한 해프닝이 틀림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씁쓸한 뒷맛이 남는 건 내일에 대한 기대, 전망과는 별개로 치닫는 우리네 현실의 서글픈 단면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 탓이다. 도락의 기쁨이 내일에 대한 전망으로 연결되었으면 하는 마음, 그 마음을 갖는 게 과연 순진한 것일까. 그 질문을 남겨본다.

2012-12-0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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