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TV 토론의 함정/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TV 토론의 함정/최광숙 논설위원

입력 2012-12-06 00:00
업데이트 2012-12-06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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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과정에서 후보자 간 토론을 벌인 원조는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1858년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선거에 나선 그가 주지사였던 스테픈 더글러스에게 선거 토론을 처음 제의했다고 한다. 이들은 당시 첨예한 이슈이던 노예제도를 놓고 격렬한 토론을 7차례나 벌였다. 링컨은 결국 선거에서는 졌지만 이 토론회를 통해 유명인사가 되면서 2년 후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대선후보 TV토론은 1960년 케네디와 닉슨의 대결에서 시작됐다. 미국의 경우 TV 토론 참가자는 여론 조사에서 15% 이상 지지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지난 2000년 공화당 조지 W 부시와 민주당 앨 고어 후보 간 대선 TV토론에 끼지 못한 패트 뷰캐넌 개혁당 후보와 랄프 네이더 녹색당 후보는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이 중 미국 소비자 운동의 기수인 네이더는 무려 5차례나 출마한 미국 대선의 단골손님으로도 유명하다. TV 토론에 나가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2000년 대선에서 2.7%의 득표율을 획득하는 바람에 고어의 표를 갉아먹어 민주당의 수권 기회를 놓치게 해 ‘선거훼방꾼’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18대 대선 첫 TV 토론이 그제 열렸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나와 토론을 벌였는데 뒷말이 많다. 정작 서로 각을 세우며 치열하게 논쟁을 벌여야 할 유력 후보인 박· 문 후보는 뒷전으로 밀려난 듯했다. 당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이 후보의 일방적인 주장과 막말이 판을 쳤기 때문이다. 현행 공직선거법 선거방송 관련 규정상 이 후보는 5명 이상의 국회의원을 가진 정당후보이기에 토론 자격을 갖췄다.

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인식은 다른 것 같다. “1%도 안 되는 지지율을 가진 후보가 참여하는 토론을 또 봐야 하느냐.”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번 TV 토론은 짧은 시간 내에 백화점식 질문이 쏟아지면서 토론의 깊이가 없고, 상대후보가 엉뚱한 지적을 해도 재반박할 수 없는 등 여러 문제점을 노출했다. 토론 방식을 개선할 여지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후보자의 마음가짐이지 싶다. 토론에 나온 후보라면 “내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각오를 갖고 자신의 비전 등을 밝히면서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게 도리다. 특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토론에 나왔다는 식의 발언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어찌됐든 그제 토론은 누가 대통령감인지 옥석을 가리는 자리가 아니라 TV 토론의 순기능과 맹점을 함께 보여주는 자리가 됐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2-12-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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