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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네이버와 언론 생태계/김태균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네이버와 언론 생태계/김태균 사회부 차장

입력 2013-04-09 00:00
업데이트 2013-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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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 사회부 차장
김태균 사회부 차장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정 분야에서 자국산에 보여주는 로열티는 좀 유별난 데가 있다. 이를테면 일본 토요타자동차의 조 후지오 회장은 “한국에 가면 도로를 달리는 승용차의 90%가 한국산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이런 나라는 한국 말고는 일본밖에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세계 최대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는 한국의 높은 국산 담배 선호도에 혀를 내두른다. 그들에게 한국은 ‘말보로가 성공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다.

여기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인터넷 포털 ‘네이버’다. 현재 네이버의 검색시장 점유율은 70%, 페이지뷰 점유율은 45%에 이른다. 국내 인터넷 인구 3500만명 중 2500만명이 네이버를 인터넷 시작 페이지로 설정하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 검색시장을 석권한 미국의 구글이 한국에서 고작 5%대 점유율에 머물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네이버가 초기화면의 뉴스 서비스를 기존 ‘뉴스캐스트’에서 ‘뉴스스탠드’로 개편한 지 1주일이 지났다. 네이버는 이달 1일부터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으로 도배질되던 뉴스캐스트를 언론사 제호 아이콘을 클릭해 직접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야만 뉴스를 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꿨다.

언론과 뉴스의 다양화 등을 내걸고 2009년 초부터 운영된 뉴스캐스트는 그동안 폐해가 만만치 않았다. 모든 언론사들이 방문자와 페이지뷰를 늘리기 위해 선정성과 자극성으로 무장하고 볼썽사나운 호객(呼客)의 무한경쟁을 벌였다. 이는 ‘다음’, ‘네이트’ 등과 달리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로 직접 연결되는 ‘아웃링크’(out-link) 방식이어서 독자들의 클릭 자체가 해당 언론사로서는 광고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널리 지적받아온 것처럼 ‘알고 보니’, ‘결국’, ‘충격’, ‘경악’, ‘알몸’, ‘성기’, ‘강간’ 등 민망한 단어들이 동원되고 침소봉대와 견강부회의 제목이 난무했다.

뉴스스탠드로 바뀌고 난 뒤 지난 1주일간 언론사들의 방문자와 뉴스 페이지뷰는 예상대로 급격한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한 인터넷 조사기관의 집계를 보면 뉴스캐스트가 없어지기 전 카테고리별 방문자 수에서 줄곧 ‘종합포털’에 이어 두번째 자리를 지켰던 ‘일간지·주간지’는 개편 첫 주에 ‘기업홈페이지’, ‘인터넷서비스’에 밀려 4등으로 떨어졌다.

네이버 뉴스스탠드의 미래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네이버 중심의 뉴스 시스템에 긍정적인 변화로 작용할 수도 있고 반대가 될 수도 있다. 뉴스 유통의 모바일화를 가속화하는 의미 있는 신호탄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 인터넷 기업의 뉴스 서비스 정책에 따라 종합일간지를 포함한 이 땅의 모든 언론사들이 이리저리 몰려다니고 뉴스 소비자의 선택권이 영향받는, 그런 상황은 비정상적이라는 것이다.

뉴미디어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외부 의존형 구조를 자초한 언론의 책임은 물론 크다. 하지만 당장은 그 결과로 네이버라는 대형 백화점에 언론사들이 오글오글 입점해 있는 냉혹한 현실을 봐야 한다. 뉴스캐스트니 뉴스스탠드니 하는 인터넷 노출 방식의 변화보다는 공들여 생산해낸 기사를 제값을 받고 판매할 수 있는 새로운 유통구조의 구축에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건전한 뉴스의 생산과 유통은 한 사회의 유지와 발전을 위한 대전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보수 언론의 시장 지배력이 압도적인 상황에서는 뉴스와 시각의 다양성을 갖춘 언론 생태계가 더욱 중요하다.

2013-04-0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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