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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경영진 연봉 공개 명암/임태순 논설위원

[씨줄날줄] 경영진 연봉 공개 명암/임태순 논설위원

입력 2013-04-11 00:00
업데이트 2013-04-1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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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경영인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디지털화, 업무효율화 등으로 모든 자원이 한곳에 집중되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최고경영자(CEO)의 경영능력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기 때문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장하준 교수는 “요즘 미국 CEO들의 보수는 1960년 대에 비해 10배 정도 올랐다”고 말한다. 그는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1960년대 CEO와 근로자 간 급여차는 30~40대1이었으나 전문경영인들의 경영능력이 강조되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격차가 벌어지면서 1990년대 100대1, 2000년대에는 300~400대1이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실적이 좋으면 당연히 경영진들이 더 많이 가져가야 하지만 과연 요즘 기업의 성과가 1960년대에 비해 10배 정도 더 좋은가 반문하면서 높은 보수에 의문을 제기했다.

우리나라도 미국, 독일, 일본처럼 CEO들의 급여가 공개될 날이 머지않았다. 연봉 5억원 이상의 등기임원·감사 연봉을 공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엊그제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법안 찬성 측은 경영진 연봉 공개는 기업 경영에 대한 주주의 통제와 감시를 강화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는 연봉 공개는 임직원 간 위화감이 커지고 노사 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한다. 하지만 이보다는 재벌 총수들의 연봉이 공개돼 총수 때리기로 변질되는 것을 막으려는 게 더 큰 이유일 것이다. 이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등 재벌가 2세들이 발빠르게 이사회 참석을 포기하면서 등기이사에서 빠진 것이 이를 말해준다. 이런 움직임은 앞으로 확산될 것이다. 대신 오너들은 이사회에서 우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 등을 모색할 것으로 점쳐진다.

연봉 공개는 기업의 우려대로 부작용도 있을 것이다. 고액 연봉자는 사회단체 등의 기부 요청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위스에서 기업 경영진의 보수를 주주가 결정하도록 하는 주민 발의안이 68%의 높은 지지를 받아 통과된 데서 보듯 투명경영과 상생의 정신은 시대적 추세다. 장 교수는 중요한 사실을 하나 더 알려준다. CEO의 연봉이 10배 오르는 동안 근로자들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1973년 18.90달러에서 2006년 21.34달러로 33년 사이에 13% 인상되는 데 그쳤다고 말한다. 인력 감축, 생산성 향상 등 경영합리화의 열매가 합리적으로 배분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경영자들의 진취적인 개혁성이 홀대 받아서도 안 되겠지만 과실이 한쪽으로 쏠려 사회안정이 저해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2013-04-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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