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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리더의 모습/임주형 체육부 기자

[지금&여기] 리더의 모습/임주형 체육부 기자

입력 2013-04-20 00:00
업데이트 2013-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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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형 체육부 기자
임주형 체육부 기자
지난 16일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3차전이 끝난 뒤 모비스 구단 관계자들에게 슬쩍 물어봤다. “만약 우승하면 누구를 최우수선수(MVP)로 뽑겠어요?” 이구동성으로 돌아온 답은 “당연히 양동근”이었다. 약간 의외였다. 그때까지 겉으로 드러난 양동근의 기록은 문태영이나 김시래보다 좋지 않았고, 특히 3차전에서 그의 활약은 보잘 것 없었기 때문이다. 3점슛 7개를 날렸지만 모두 림을 빗나갔고 야투 성공률도 25%에 그쳤다.

그러나 한 관계자는 “그의 리더십이 팀을 이끌고 있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굳은 믿음을 내비쳤다. 그의 확신대로 양동근은 4차전에서 무려 29점을 몰아넣으며 기자단 투표(78표) 만장일치로 MVP를 차지했다.

유재학 감독도 양동근의 리더십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리더로서 숙소에서나 연습장에서나 충분히 자기 몫을 다하는 선수다. 위대한 선수다.” 올 시즌 모비스는 문태영과 김시래, 로드 벤슨 등이 새로 가세하며 강력한 전력을 구축했다. 그러나 구슬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 조직력이 맞지 않아 고전했다. 이때 양동근이 리더로서 팀을 다졌다고 한다. 양동근은 올 시즌을 앞두고 팀 샐러리 캡을 고려해 연봉 동결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양동근은 세 살 많은 문태영을 “형”이라고 부르면서도 코트 안에서는 가드인 자신을 따르도록 만들었다. 시즌 초반 프로 무대에 적응하지 못했던 김시래에게 많은 조언을 하며 성장시켰고, 벤슨에게는 기존 외국인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신경을 썼다. 결국 모비스는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에서 20연승을 달리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양동근이 처음부터 완벽한 선수는 아니었다. 2004~05시즌 데뷔한 뒤 신인왕에 올랐지만, 유 감독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질책 받은 내용을 모두 노트에 적어 두며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프로 세 번째 시즌이 돼서야 유 감독으로부터 “이제는 그만 야단쳐도 되겠다”란 말을 들었다.

스포츠는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도전과 열정, 땀과 눈물, 환희의 순간을 짧은 시간에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15명 정도의 선수들을 이끈 30대 초반 젊은이의 리더십이지만, 손에 땀을 쥐며 경기를 본 많은 팬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hermes@seoul.co.kr

2013-04-2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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