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시론] 창조경제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가 놓치기 쉬운 것/신정철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시론] 창조경제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가 놓치기 쉬운 것/신정철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입력 2013-06-28 00:00
업데이트 2013-06-28 00:3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신정철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신정철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새 정부 들어서 창조경제라는 단어는 정부정책은 물론이고 정부의 연구개발(R&D) 정책 전반에도 항상 붙어다니는 수식어가 되어버렸다. 마치 이명박 정부의 연구개발비 투자에 녹색성장이라는 단어가 항상 따라다녔던 것과 비슷하다. 현 정부는 창조경제라는 용어로 수식어를 바꾸어 올해에만 약 17조원의 공공재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혹자는 노벨상을 거론하면서 연구개발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공공재원을 활용하여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온 국민이 염원하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겠다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그 내용과 방향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물론 노벨상을 수상하는 것, 영향력 높은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연구 경쟁력은 노벨상 수상자 수나 논문 편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한 나라의 연구 수준은 그 나라의 연구기반이 기초부터 얼마나 튼튼하고 다양한가에 달려 있다. 공공재원으로 연구의 저변을 넓히고, 기초를 튼튼히 하기 위해서 정부는 연구비 정책을 과감히 수술해야 한다. 정부가 10년 이상 앞을 내다보고 연구비 투자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연구자들의 특성과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 그리고 연구결과를 활용하는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연구자들은 대체적으로 두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한 부류의 연구자들은 자신이 관심을 가진 연구주제를 정해 평생토록 그 연구에만 매진한다. 이 연구자들에게는 연구비도 적게 배정된다. 덜 긴요한 연구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연구자들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실용적 연구에 집중한다. 이들은 연구주제를 수시로 바꾸면서 연구비가 나오는 주제를 연구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연구정책은 대체적으로 후자에 치중하였다고 본다. 반면에 일본의 연구비 투자는 전자와 후자의 조화에 가깝다. 한 국가의 연구력 수준은 후자가 아니라 전자에 의해 결정된다. 일본이 기초분야에서 연구 경쟁력이 높고, 발전 잠재력이 큰 이유다.

다음은 연구를 주로 수행하는 기관, 즉 대학을 살펴보자. 대학은 주로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교육과 연구가 서로 상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교수가 연구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수업 준비를 덜하게 된다. 대학이 연구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면 교육에 대한 투자는 줄어든다. 이는 학생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진다. 대체적으로 많은 기초연구는 대학의 교육 내용으로 전환된다. 그러나 실용적 연구들은 그렇지 못하다. 정부가 산업과 연계되는 연구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대학이 연구생산성을 강조하면, 결과적으로 대학의 교육기능은 위축되고 등록금은 올라간다.

끝으로 연구의 수혜자인 산업계의 특성에 대해 생각해 보자.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논하면서 흔히 산업발전에 필요한 첨단기술을 얘기한다. 그러나 첨단기술 개발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력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러한 첨단기술은 대학에서 개발하기 쉽지 않다. 오히려 기업연구소들이 단기간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러한 필요 때문에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자체 연구소를 갖고 있다. 또한 기업에 꼭 필요한 첨단 연구인력이 있다면 기업들은 이들을 해외에서 스카우트한다. 즉, 첨단기술에 필요한 인력은 자연스럽게 인력시장을 통해서 조달한다. 대학이 할 일은 기업이 판단해서 잘할 수 있는 일을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그러한 일을 할 수 있도록 기초를 튼튼히 다져주는 일이다.

결론적으로 국가가 공공재원을 투자할 분야는 기업들이 투자하지 않는 분야, 연구자들이 평생을 헌신하여 연구하고자 하는 기초 연구, 대학의 교육과 직접 연계되는 분야에 대한 투자이다. 또한 사려 깊지 못한 연구비 정책은 대학교육의 발전을 저해하고, 기업들의 시장 메커니즘도 왜곡시킨다. 앞으로 창조경제를 구호로 다양한 연구개발 사업을 하면서 정부가 주의해야 할 점들이다.

2013-06-28 31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