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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눈] 식당 사장님의 ‘조직 진단’/강병철 산업부 기자

[오늘의 눈] 식당 사장님의 ‘조직 진단’/강병철 산업부 기자

입력 2013-07-01 00:00
업데이트 2013-07-01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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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없는 고백으로 시작해야겠다. 오늘자 ‘오늘의 눈’은 경험이 일천한 기자의 눈이 아니라 공직사회에 정통한(?) 어느 식당 사장님의 눈을 빌렸다. 정부과천청사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수년간 공무원들이 모여 밥 먹고 술 마시고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본 이모 같은 분인데, 그가 내린 각 부처 조직 문화에 대한 평가가 흥미롭다. 내용은 이렇다.

강병철 산업부 기자
강병철 산업부 기자
우선 기획재정부는 그곳 출신 인사들을 ‘모피아’(재무부+마피아)라고 하듯 모임 때도 그런 분위기가 대단하단다. 먹고 마시는 일도 조직 중심으로 칼같이 이뤄진다는 뜻이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대규모 모임보다 소규모 ‘모둠’끼리 어울리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한다. 법무부는 검사 조직 특유의 상하 관계가 분명하고, 반대로 국토교통부는 ‘형님, 동생’하며 허물없이 섞인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그럼 이번 정부가 새로 조직한 미래창조과학부는 어떨까. 그는 “미래부 공무원들은 개인주의가 강하다”고 일갈했다. 성향에 따라 각자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는 거였다. 그가 거기 있는 사람들이 미래부 공무원·출입기자인 줄 알고 그런 얘길 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곱씹어 보면 ‘조직’ 문화가 ‘개인’주의적이라는 평가는 보통 얘기가 아니다. 그게 비록 한 단면만 흘깃 보고 내린 예단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을 처리하기 위해 체계를 갖춰 모인 것을 ‘조직’이라 하면, 이 얘기는 결국 “조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과 진배없다. 더욱이 공무원 집단이 그런 평가를 받는 건 분명 부끄러운 일이다. 동석한 미래부 관계자는 “여러 부처를 합쳐 만들다 보니 아직 조직 문화라는 게 형성되지 않은 거 같다”고 웃어 넘겼지만 어찌 뒷맛이 개운했겠는가.

여기서 이 문제를 최문기 장관에게 떠넘기면 비약일까. 조직 문화는 업무에 따라 형성되는 경우가 많겠으나, 기관장은 그걸 바꿀 힘이 분명 있다. 그 때문에 정권이 바뀌면 ‘국정 철학 공유’ 운운하며 공공기관장부터 갈아치우는 거 아닌가. 오는 25일쯤이면 최 장관도 취임 100일을 맞는다. 그 시간이 지나서도, 특히 정부의 핵심 화두인 창조경제를 위한 ‘융·복합’을 얘기하는 미래부가, 여전히 개인주의적 집단이란 평을 받는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겠는가.

조직을 장악하는 것은 장관의 일이고 이를 바탕으로 일을 잘해 내는 건 장관의 능력이다. 그리고 조직 문화는 그런 노력과 성과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집단의 품격’일 것이다.

앞으로 미래부는 어떤 조직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여기서 최 장관에 대한 식당 사장님의 평가를 인용할 만하다. 그는 이렇게 평했다. “최 장관님은 사람이 세련됐어요. 장관이라고 대접받으려는 사람, 촌스럽잖아요. 그분은 안 그래요.” 돌이켜 보면 촌스럽게 대접받으려 하지 않는 세련된 장관, 세련된 공무원, 나아가 세련된 정부가 우리 역사에 얼마나 있었던가. 그런 점에서 미래부는 아직 희망적이다.

bckang@seoul.co.kr

2013-07-0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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