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당시 방송시장의 환경을 고려하면 한 사업자도 버겁다는 학계와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4개 사업자를 새로 승인했으니 말이다. 물론 주요 신문사업자들이 대주주인 종편(종합편성채널)은 경영 성적표를 내세우며 자신들이 수혜자가 아니라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종편의 현재 성적표와 무관하게 그 과정과 절차는 정확하게 따지고 넘어 가야 한다. 다시는 이 같은 무리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곧 종편의 재승인 절차가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엄격한 심사를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자격 미달이면 취소도 불사해야 한다.
애초 방송시장 확대 명분은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했다. 방송시장이 성장잠재력이 있다는 이명박 정부의 초기 예측은 수치상 오류임이 곧 밝혀졌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지상파의 여론 독과점을 문제 삼았지만 사실 신문시장의 여론 독과점이 더욱 심했다. 더군다나 신문시장의 최강자들이 방송시장에 진출한다면, 전체 여론 시장의 집중도는 더 높아질 것이 분명했다.
종편의 승인 심사 과정도 문제였다. 공정성을 위해 유일하게 밝혔다는 심사위원장 이병기 교수가 당시 유력한 대선 예비 후보였던 박근혜 의원이 설립한 ‘국가미래연구원’에 이름을 올린 것이 알려졌다. 이것과 작년 대선 기간 종편이 끊임없이 공정성 시비의 대상이었다는 사실이 무관하지 않다고 하면 억울할까? 그렇다면 당시 심사위원장을 교체했어야 마땅했다. 또 묘하게도 종편 승인 과정에서 탈락한 사업자들은 정량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였고, 승인 사업자들은 비계량적인 정성 평가에서 결과가 좋았다. 이런 우연의 일치가.
승인 이후에는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채널 배정에 대해 최시중 당시 방통위원장이 소위 황금연번채널을 주어야 하고 방송통신발전기금 납부를 유예할 필요가 있다는 등 특혜를 언급하더니 그대로 시행됐다. 신규사업자만 들어오면 방송시장이 확대될 것처럼 주장하더니 승인 후에는 오히려 특혜를 준 것이다. 이미 법적으로 방송권역, 의무전송, 국내제작 프로그램 편성비율, 외주제작 프로그램 편성비율, 중간광고 허용 등 동일 방송시장에서 경쟁하는 지상파에 비해 많은 혜택이 보장돼 있는 종편에 또다시 특혜를 준 것이다.
특혜의 백미는 방송광고를 미디어렙을 거치지 않고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지상파의 경우 방송광고를 미디어렙이라는 판매대행사를 통해 판매하도록 하고 있다. 방송사와 광고주의 유착을 억제하여 방송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종편은 광고 판매에 유리하도록 공정성 장치를 풀어 주었다.
최근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쾌거를 이루었다. 승인 과정의 의혹을 풀기 위해 오랜 재판 끝에 방통위가 공개를 거부한 승인 심사 자료 공개 결정을 받아냈다. 12만 쪽에 이르는 자료 분석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이미 공정성을 위해 사업계획서에서 제안했던 사안들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종편은 이명박 정부의 특별 관리 속에 탄생한 기형적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초 승인 심사가 공정했는지, 승인 과정에서 법적 오류는 없었는지에 따라 별도의 조치가 필요할 뿐 아니라 재승인 심사에서 승인 시 약속 사항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엄격하게 따져 이에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또 동일 시장, 동일 경쟁 조건의 원칙에 따라 특혜 요소는 하루빨리 개선해야만 한다. 그것이 방송의 공정 경쟁을 보장하고 건전한 방송 체제를 유지하는 길이다.
2013-07-23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