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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눈] 참사를 대하는 학교의 태도가 아쉽다/신융아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참사를 대하는 학교의 태도가 아쉽다/신융아 사회부 기자

입력 2014-02-20 00:00
업데이트 2014-02-20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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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융아 사회부 기자
신융아 사회부 기자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에서 체육관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3일 만인 19일 오후 부산외국어대와 숨진 학생들의 유가족 간에 보상 관련 협의가 극적으로 이뤄졌다. 유가족들은 예정대로 부산외대 남산동 캠퍼스에서 학교장으로 합동 장례식을 치르기로 했다.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동안 학교가 사고에 대처하는 태도를 돌이켜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학교 관계자들은 협상 테이블에 앉을 때마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사태를 수습하려는 표현일 뿐 희생자 가족을 위로하려는 진심은 느껴지지 않았다. 임시 빈소가 마련된 후에도 보상금 문제를 논의할 때를 빼고는 빈소를 지키는 학교 관계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유족들이 ‘이런 사태가 났는데 총장은 어디 갔고, 빈소에 학교 관계자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너무 무성의한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자 그제야 정용각 부총장이 18일 밤 빈소 관리를 위해 남학생 10여명을 보내는 등 형식적인 대응을 하는 데 그쳤다.

쟁점이 된 보상금 문제에 대해서도 학교 측은 한발 물러서려고 했다. 학교 측은 “책임이 무거운 코오롱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구체적인 보상금도 제시하지 않은 채 협상을 하려던 학교 측은 뒤늦게 ‘위로금을 지급한 이전 사례는 2000만원 정도였다’고 해 유족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그즈음 부산외대가 추가 합격자 명단을 발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마저 들끓고 있다. 부산외대 관계자는 “이번 사고와 무관하게 절차에 따라 합격한 추가 합격자에게 보내는 문자였다”고 해명했지만, 결코 적절한 타이밍은 아니었다.

물론 학생회도 비난을 면하기는 어렵다. 학생회 관계자에 따르면 사전 답사 때에도 체육관이나 시설 등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000여명의 학생이 모이는 행사를 준비하는데도 기본적인 여행자보험조차 가입하지 않았다. 학교는 학생회가 자율적으로 준비한 행사여서 학생회의 의견을 존중했다고 말했지만, 이면에는 학교 밖에서 진행하는 행사까지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학교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자신들에게 너무 많은 책임을 묻는다고 억울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의 고비를 넘기자는 식으로 임하는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보상금 몇 푼으로 금쪽같은 자식을 황망히 떠나보낸 뒤 고통받는 유족들을 위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yashin@seoul.co.kr
2014-02-2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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