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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가 R&D사업에도 경쟁 도입해야/박항식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조정관

[기고] 국가 R&D사업에도 경쟁 도입해야/박항식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조정관

입력 2014-02-26 00:00
업데이트 2014-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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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식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조정관
박항식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조정관
우리나라는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2012년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이 48.4%로 2002년 일본을 추월한 이후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삼성과 LG의 경쟁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한 시너지효과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민간의 치열한 경쟁구도와는 달리 정부가 지원하는 국가 R&D사업은 경쟁체계가 미흡하다. 경쟁을 위해서는 여러 연구자에 대한 중복지원이 필요하지만 이에 따른 매몰비용이 크다는 부정적 인식에 따라, 그동안 국가 R&D사업에서는 중복투자를 제한하고 특정 연구과제에 대해서 한 연구자 또는 하나의 연구기관만을 선정하여 연구비를 지원하는 방식이 당연시돼 왔다. 과거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기술 수준을 따라잡는 추격형 R&D전략을 구사할 때는 이러한 방식이 적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신시장을 창출하거나 세계 최고 수준에 도전하는 선도형 R&D전략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복투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제한보다는 ‘의도적 중복’을 통해 경쟁을 유도해 시너지효과를 창출하는 것이 요구된다. 리얼옵션(real option) 개념을 도입한다면 투자 효율성 면에서도 유리하다. 목표 달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처음부터 하나의 방안을 골라 확정하기보다는 일단 복수의 방안에 동시에 투자하여 각 방안의 성공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단계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미래창조과학부는 국가 R&D사업에 경쟁방식을 도입·확대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경쟁형 R&D 추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올해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미 주요 선진국은 국가 R&D사업에 이러한 경쟁방식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미국의 방위고등연구기획국(DARPA)은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사업 초기에는 다수의 연구기관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되 과제기획-원천기술개발-응용기술개발 등 단계별 평가를 통한 탈락 과정을 거쳐 가장 우수한 하나의 연구기관만을 선정해 최종단계까지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신에너지 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에서도 연구 주제별로 여러 연구팀 사이의 경쟁을 유도하여 성과를 높이고 있다.

경쟁방식 R&D의 기대 효과는 효율적인 연구 성과 창출뿐만이 아니다. 연구자 입장에서도 국가 R&D사업 참여기회가 확대돼 다수의 연구자가 연구 수행을 통해 역량을 강화하고 연구 저변이 확대되는 장점이 있다. 특히 비교적 연구비가 적게 드는 초기 연구기획 단계에 경쟁방식을 적용한다면 적은 추가 비용으로도 내실 있는 기획을 통해 최종 연구개발 목표 달성 및 사업화 성공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경쟁 과정에서 탈락한 연구 과제라도 장점이 있을 경우 연구 과제를 보완하여 연구 수준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창조경제라는 산의 정상에 오르는 등반로는 다양해야 한다. 여러 연구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등반로를 모색하고 서로 경쟁하면서 산을 오를 때보다 효율적으로 창조경제의 정상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2014-02-2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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