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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코치와 매니저/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문화마당] 코치와 매니저/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입력 2014-02-27 00:00
업데이트 2014-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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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단체 운동경기 팀의 수장을 우리는 대개 감독(監督)이라 부른다. 현재 국내 4대 인기 프로스포츠로 자리를 잡은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모두 팀의 선장은 감독이고, 감독 밑에 분야별로 전문코치를 둔다.

예전에 미국에서 생활할 때 나는 운동경기 중계방송을 종종 즐겼는데, 미국 사람들은 단체경기일 경우에 그 감독을 대개 헤드코치(head coach)라고 불렀다. 그래서 나는 한국어로 운동경기 감독이 영어로는 모두 헤드코치인 줄 알았다. 그런데 오래지 않아 메이저리그 야구팀 감독은 헤드코치가 아니라 매니저(manager)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감독이면 같은 감독이지 왜 굳이 다른 용어를 사용해 부를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지만, 당시에는 미국에서 생존하는 일이 급선무였기에 차분히 생각해보지 못하고 잊어버렸다. 그런데 지난 몇 년 사이에 ‘리더십’이라는 단어가 우리 한국사회에서 회자하는 것을 보며 코치와 매니저의 차이를 나름대로 다시 생각해보고 주위의 미국인에게 묻기도 했다.

코치는 말 그대로 선수들에게 구체적인 기술과 작전을 가르치고 지시하는(coach) 역할을 강조한 용어다. 헤드코치는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 수장이라는 뜻으로 역시 가르치고 지시하는 역할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에 비해 매니저는 세세한 사안을 일일이 가르치고 지시하기보다는 선수 개개인을 관리하고 하나의 팀으로 묶어 잘 경영하는(manage) 역할을 강조한 표현이다. 그렇다면 왜 야구에서는 감독을 굳이 매니저라고 부를까.

어떤 경기에서 팀워크가 중요하지 않겠느냐마는 인기 있는 단체경기 가운데 선수 각자의 개성이 가장 강한 경기는 아마 야구일 것이다. 수비에서 호흡을 맞추는 일은 물론 중요하지만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수비뿐 아니라 공격도 개인 단위로 전개한다. 따라서 야구는 25명이 넘는 대규모 선수단이 필요한 단체경기임에도 선수들의 개인적 성향이 매우 강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바로 매니저의 의미가 담겨 있다. 세세한 기술이나 작전은 해당 분야의 전문코치에게 맡기고, 감독은 개성이 강한 조직원 전체를 잘 관리해서 하나의 팀으로 운영하라는 주문이 매니저라는 용어에 녹아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이런저런 평이 들린다. 그런데 야당은 물론이고 이번에는 여당 일각에서도 박 대통령에 대해 세세한 일까지 직접 일일이 지적하고 지시하는 만기친람(萬機親覽) 스타일이라는 비판을 공개적으로 쏟아냈다. 여야가 모두 같은 지적을 했으니 사실일 것이다. 대통령의 만기친람식 행보를 야구에 비유하자면, 1군 감독이 2군 훈련장까지 직접 돌면서 하나에서 열까지 일일이 지적하고 지시하는 격이다. 그러니 해당 코치는 정작 자신의 본분인 코치 행위는 소신껏 못하고 엉뚱하게도 눈치코치 급수만 올라간다.

취임한 지 1년이 됐으니 박 대통령도 이제는 국가의 최고 공인(公人)답게 개인의 상처는 훌훌 털고 대한민국의 매니저로 변신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 소통도 열리고 탕평도 가능하고 그만큼 국가의 인력자원을 맘껏 활용해 시너지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이라면 매니저 역할에 뛰어나야 제격이다.
2014-02-2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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