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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빅브러더와 금연파파라치/이상묵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기고] 빅브러더와 금연파파라치/이상묵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입력 2014-08-01 00:00
업데이트 2014-08-0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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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조지 오웰은 ‘1984’를 통해 ‘빅브러더’의 존재를 얘기한다. ‘빅브러더’는 정보 독점과 감시로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을 말한다. 실제 현대사회에는 곳곳에 감시 장치들이 존재한다. 골목이나 도로에 설치된 각종 폐쇄회로(CC)TV가 대표적이고, 휴대전화, 신용카드, 교통카드 등도 감시 역할을 톡톡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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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묵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이상묵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그런데 시민들은 오히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이 감시 장치들을 반긴다. 왜냐하면 감시에 대한 불쾌감보다는 안전에 대한 욕구가 더 크기 때문이다. 지그문트 바우만과 데이비드 라이언이 저술한 ‘친애하는 빅브러더’에서는 이 같은 사람들의 반응을 편리·안전·돌봄 등 국가와 기업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 자신의 신상정보와 행동 궤적을 자발적으로 노출시키며 감시에 대한 도덕적 의문을 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는 곧 프라이버시에 대한 자유의 유예 혹은 포기라는 도덕적 무감각으로 이어진다고 꼬집었다.

최근에는 ‘빅브러더’보다 더 집요한 작은 감시자 ‘스몰브러더스’까지 가세하고 나섰다. 김난도 교수 등이 함께 펴낸 ‘트렌드 코리아 2014’에서는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하면서 평범한 집단 속에 숨어서 타인을 엿보는 사람들, 즉 ‘스몰브러더스’의 역습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현대인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나 서로를 감시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이를 활용해 ‘신고포상금 제도’를 만들어 감시 사각지대를 해소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활성화되면서 문제점도 그만큼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 경찰은 전국의 약국을 대상으로 돈을 뜯어낸 파파라치 일당을 검거했다. 일명 ‘약파라치’로 불리는 이들은 약사가 아닌 일반 종업원에게 약을 팔게 한 후 약사법 위반의 약점을 잡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들은 신고포상금보다 공갈로 돈을 뜯는 게 더 큰 이익이라는 계산에서 갈취범으로 돌변했던 것이다. 법정 보조금 상한선을 초과하여 지급하는 휴대전화 판매점을 신고하는 ‘폰파라치’와 택시 승차거부를 신고하는 ‘카파라치’도 있다. 이 제도들 역시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범행에 악용될 수 있다.

보건당국은 최근 ‘금연지도원’을 활용해 흡연 단속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금연구역에서 흡연 행위를 감시하고 적발하는 활동을 하고, 실내 흡연실 설치와 운영 상황을 점검하는 역할도 한다. 그래서 금연구역에서만큼은 담배연기를 피해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성숙한 사회의 기본적 가치인 자유와 신뢰에 맡기기보다는 ‘금연 파파라치’와 같은 감시와 적발 시스템에 의존하는 정책에 상당한 거부감이 드는 것은 왜일까? 어디선가 누군가의 흡연을 감시하는 이들은 빅브러더가 고용한 ‘스몰브러더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앞선다.

물론 사회 질서유지와 범죄 예방 등을 위한 감시 시스템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에 앞서 자율에 기반한 신뢰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키워 나가려는 노력들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행여 정책당국이 우리 국민을 신뢰의 대상이 아닌 통제와 감시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스럽다.
2014-08-0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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