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전설/김근
대낮에서 그늘로 느리게
첨탑의 시곗바늘이 움직인다
엄마들의 팔이 벤치 아래로
늘어뜨려진다 차례로 고개 떨궈진다
광장 한복판 분수대에선 눈부시게
흠씬 아이들의 웃음이 두들겨 맞는다
이도 없이 잇몸으로만 자지러지던
아이들이 제 웃는 그림자를 늘인다 끝없이
그림자들 광장에 범람한다 촘촘한
그림자들에 새들은 꺄르르 쉽게 포획당하고
매미 소리 순식간에 증발한다
첨탑은 무너진다 광장은 곧 폐쇄된다
살을 다 뜯어 먹힌 바람 한 줄기
가까스로 불어 간다 대낮에서 그늘로
2014-08-02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