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열린 ‘팝의 디바’ 머라이어 캐리 내한 공연을 찾았던 관객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시원한 돌고래 창법과 폭발적인 가창력은 온데간데없고 키를 낮춰 부르다가 고음 부분에서는 뒤로 몸을 돌려버리는 등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그런 공연을 놓고 일각에서는 립싱크 의혹까지 제기됐다. 야외 무대였기에 좋은 음향 시스템을 갖추기 어려웠던 사정을 접어주더라도, 최고 20만원(VIP석) 가까이 하는 비싼 티켓을 샀던 관객들에게는 속이 쓰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는 공연계에선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한 중소 공연기획사 대표는 “캐리는 11년 전 한국 공연에서도 립싱크 의혹을 빚었다. 게다가 요즘은 전성기 때의 가창력에 한참 떨어져 미국에서도 인기가 시들한데 무조건 이름만 보고 모셔올 일이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CJ가 ‘팝의 전설’ 퀸시 존스 탄생 8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첫 내한 공연 때도 그랬다. 그는 연주를 한 번도 하지 않는 함량 미달의 공연으로 ‘졸속 팔순잔치’라는 등 혹평을 받았다. 그에 앞서 지난해 4월 내한한 라틴 팝의 황제 훌리오 이글레시아스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 무성의한 무대 매너로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들어 대기업의 문화사업 투자가 늘면서 세계적 팝스타들이 줄줄이 내한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 관객들의 열정적인 반응도 월드스타들을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 지난 14일 코엑스에서 열린 미국의 R&B 가수 브라이언 맥나잇은 셔츠가 흥건하게 젖을 정도로 ‘원 래스트 크라이’, ‘백 앳 원’ 등 자신의 히트곡을 열창해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마룬5, 제이슨 므라즈, 브루노 마스 등도 자신의 노래를 ‘떼창’해주는 한국 팬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감사의 뜻을 전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제 한국 공연계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화강국의 반열에 오른 만큼 해외 팝스타 모셔오기에 급급해 옥석을 가리지 않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자성이 이어지고 있다. 모시기 경쟁이 심해져 해외 팝스타들 사이에 ‘서울=고액 개런티’의 등식이 통하고 있다는 공연계의 얘기는 씁쓸하다. 한물간 스타까지 내한공연을 성사시키기 위해 무조건 고개를 숙이며 경쟁한다면, 그들이 한국 무대를 쉽게 볼 것은 당연한 이치다. 계약 조건에 아티스트의 공연 관련 의무조항을 좀 더 깐깐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제아무리 세계적 스타일지라도 무대는 관객과의 약속이다. 한국 관객의 관람매너는 해외 팝스타들도 인정한다. 그런 우리는 수준급의 공연을 즐길 권리가 있다.erin@seoul.co.kr
이은주 문화부 기자
지난해 8월 CJ가 ‘팝의 전설’ 퀸시 존스 탄생 8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첫 내한 공연 때도 그랬다. 그는 연주를 한 번도 하지 않는 함량 미달의 공연으로 ‘졸속 팔순잔치’라는 등 혹평을 받았다. 그에 앞서 지난해 4월 내한한 라틴 팝의 황제 훌리오 이글레시아스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 무성의한 무대 매너로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들어 대기업의 문화사업 투자가 늘면서 세계적 팝스타들이 줄줄이 내한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 관객들의 열정적인 반응도 월드스타들을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 지난 14일 코엑스에서 열린 미국의 R&B 가수 브라이언 맥나잇은 셔츠가 흥건하게 젖을 정도로 ‘원 래스트 크라이’, ‘백 앳 원’ 등 자신의 히트곡을 열창해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마룬5, 제이슨 므라즈, 브루노 마스 등도 자신의 노래를 ‘떼창’해주는 한국 팬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감사의 뜻을 전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제 한국 공연계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화강국의 반열에 오른 만큼 해외 팝스타 모셔오기에 급급해 옥석을 가리지 않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자성이 이어지고 있다. 모시기 경쟁이 심해져 해외 팝스타들 사이에 ‘서울=고액 개런티’의 등식이 통하고 있다는 공연계의 얘기는 씁쓸하다. 한물간 스타까지 내한공연을 성사시키기 위해 무조건 고개를 숙이며 경쟁한다면, 그들이 한국 무대를 쉽게 볼 것은 당연한 이치다. 계약 조건에 아티스트의 공연 관련 의무조항을 좀 더 깐깐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제아무리 세계적 스타일지라도 무대는 관객과의 약속이다. 한국 관객의 관람매너는 해외 팝스타들도 인정한다. 그런 우리는 수준급의 공연을 즐길 권리가 있다.erin@seoul.co.kr
2014-10-16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