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금강산의 희망을 되돌려줘야 할 때다/장경작 현대아산 사장

[CEO 칼럼] 금강산의 희망을 되돌려줘야 할 때다/장경작 현대아산 사장

입력 2011-07-11 00:00
업데이트 2011-07-11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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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길이 이제 열리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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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작 현대아산 사장
장경작 현대아산 사장
얼마 전 현대아산 콜센터로 걸려온 한 노인의 전화 한통에 담당 직원은 말문이 막혔다. 몇 개월 전 “내가 눈감기 전에 고향 땅에서 아버지 제사상 한번 차리게 해 달라.”고 생떼를 쓰던 그 노인이었다. 전후 사정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팔순 노인에게 담당자는 “뉴스 잘 보시고, 금강산에 다시 갈 수 있다고 나오면 그때 꼭 연락주세요.”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최근 통일부 등 당국자들이 협의를 위해 금강산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오해하셨던 모양이다. 수개월 동안이나 침침한 눈을 비비며 TV 앞을 지켰을 노인의 모습이 눈에 밟혀 담당 직원은 한동안 수화기를 놓지 못했다고 한다.

오늘로 금강산 관광이 멈춰선 지 3년째다. 여기저기서 안타깝고 애절한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앞서 말한 노인처럼 고향을 잃은 이산가족들은 말할 것도 없고, 금강산과 그 길목에 전 재산을 던졌던 이들에게도 하루하루가 가시밭길이다. 불과 몇해 전만 해도 금강산은 이들에게 통일의 현장을 일구는 사명감 그 자체였고,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이었다.

실제로 금강산 10년의 역사는 우리에게 꿈과 희망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반세기 분단의 벽을 허물고 200만명 관광객이 군사분계선을 넘었으며, 학자·청소년·종교인·예술인·노동자·농민 등 남북 각계의 사람들이 금강산에 모여 마음속 통일의 염원을 나누며 민족 화해와 협력을 몸소 실천했다.

금강산은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산가족들의 해한(解恨)의 장소이기도 했다. 금강산에서만 15차례 진행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해마다 보는 이의 눈시울을 적셨고, 상시 상봉을 위해 건립한 금강산이산가족면회소는 다음 생(生)으로 만남을 미뤄야 했던 고령의 이산가족들에게 작은 희망을 품을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도 금강산은 남북 신뢰의 기초를 다진 곳으로 의미가 깊다. 1998년 남측 관광객이 금강산에 첫발을 내디딜 때만 해도 남과 북은 서로가 낯설고 두려운 상대였다. 하지만 해가 거듭할수록 굳은 표정들은 온화한 미소로 바뀌고, 거리낌없이 남측 손님을 맞는 북측 봉사원들의 모습은 금강산의 평범한 일상이 되었다. 이렇게 쌓인 남북의 신뢰는 중대한 남북교류를 견인해 다양한 협력사업들을 가능케 했다.

금강산의 소중한 경험은 고스란히 2003년 개성공단으로 옮겨졌다. 지금도 불을 밝힌 120여개 공장에서 5만여 남북 근로자가 함께 일하고 있다. 자라온 환경과 생활방식은 달라도 하나의 목표 아래 높은 성과를 거둬내고 있다. 이 또한 금강산 관광이 잉태한 남북경제협력의 대표적 산물이며, 우리가 꿈꾸고 바라는 상생협력의 모범적인 사례라 하겠다.

그러나 3년간 금강산 가는 길이 막히면서 모든 것이 삐걱거리고 있다. 남북 간 잦은 악재로 남북 경협 기업들은 이미 한계상황을 넘어선 지 오래며, 금강산의 문턱인 강원도 고성 길목에는 폐업한 상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또한, 기약 없는 상봉을 기다리는 이산가족들의 한숨도 더없이 무겁게 느껴진다.

이제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되돌려줘야 할 때다. 물론 얽히고설킨 남북관계가 조화롭게 풀려야겠지만 더 이상 지체하기에는 시간이 없어 보인다. 이들의 꿈과 희망이 곧 우리 전체의 미래일 수 있음을 올바로 인식하고, 더욱 대승적 차원의 진정한 소통이 절실하다. 육화경(六和敬)의 견화동해(見和同解)란 덕목처럼 남과 북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바른 견해로 화합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인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금강산 길이 열리는 뉴스를 학수고대하고 있을 그 노인을 금강산에 다시 모실 날이 꼭 왔으면 좋겠다. 고향 땅에 차려진 아버지의 제사상을 보며 기뻐할 노인의 선량한 미소가 눈에 선하다. 다만 “내가 눈감기 전에….”라는 노인의 말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2011-07-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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