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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이발소와 사진관, 코닥의 교훈/윤문석 VMware Korea 지사장

[CEO 칼럼] 이발소와 사진관, 코닥의 교훈/윤문석 VMware Korea 지사장

입력 2012-07-02 00:00
업데이트 2012-07-02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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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년 역사의 사진 기업 코닥이 올해 초에 파산을 선언했다.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과 같은 아성이 ‘디지털’이라는, ‘스스로 주도한 혁신’에 의해 무너진 것이다. 원인을 놓고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코닥이 미래보다 현재에 집착하며 시장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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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문석 VMware 코리아 지사장
윤문석 VMware 코리아 지사장
그랬기에 ‘디지털 카메라’를 가장 먼저 개발하고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때 세계 필름 시장을 지배했던 일본의 코니카와 독일의 아그파가 변화의 물결 속에 속절없이 사업을 접었다. 지푸라기라도 잡으려 했던 후지는 의료, 전자소재, 화장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가까스로 이름을 지켰다.

그러나 코닥은 1등이라는 현실에만 안주해 변화와 혁신을 외면함으로써 스스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무심한 변화’가 일어나는 일상의 공간은 또 다른 배움터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은 좀처럼 보기 힘들지만 과거 동네마다 이발소와 사진관이 즐비했던 때가 있었다. 불과 십여년 전까지만 해도 이발소와 사진관은 꽤 장사가 잘됐다. 사진은 찍으면 반드시 현상 인화를 맡겨야 했고, 머리는 매번 자르고 가꿔야 해서 정기적으로 손님이 끊이지 않는 업종 중의 하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신식 시설과 서비스를 갖춘 미용실의 출현으로 손님을 빼앗기더니, ‘남성용’ 프랜차이즈까지 생겨나면서 이발소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사진관은 이발소보다는 조금 더 명맥이 길었던 것 같다. 디지털 카메라의 시대가 막 열렸을 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사진관을 찾았고, 사진을 인화했다. 하지만 온라인 사진 현상소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굳이 사진을 현상하지 않아도 보고 즐길 수 있는 모바일 기기들이 보편화되면서 사진관도 운명을 달리했다.

젊어서 배운 이발 기술로 부지런히 일하며 한 가정을 건사해온 어느 이발사나 은퇴 후 귀향하겠다던 어느 사진사는 파도 같은 변화에 떠밀려 가게를 닫고 지금 어디선가 새로운 업종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소규모 점포들도 이럴진대, 기업들은 또 어떠할 것인가. 2009년 11월 28일은 국내에서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날이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열광해 마지 않았던 이날의 주인공은 단연 애플이었고, ‘피처폰 시대’의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았던 국내 제조사들은 급작스럽게 한 시대의 종막을 지켜보아야 했다. 하지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경기는 계속해야 하는 법. 스마트폰의 시대에 발맞춰 우리 기업들은 지난한 혁신을 거듭해 어려움을 극복했고 이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와신상담의 저력을 세인들에게 확인시켰다.

여러 산업 분야 가운데 정보기술(IT) 업종만큼 변화와 혁신이 급격하고 드라마처럼 전개되는 곳도 없다. IT 기업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고객들이 가장 효율적으로, 남다른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연구와 개발에 골몰하고 있다. 새로운 요구에 부응하고 그에 따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따라 기업의 부침과 존망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작고한 스티브 잡스가 ‘혁신의 아이콘’이라면, IT 기업은 ‘혁신의 적자(嫡子)’라고 말할 수 있다. IT 기업들이 발굴한 기술과 서비스는 일반 기업들의 혁신에 필요한 다양한 계기와 동력이 되고 있다. 기업들은 ‘신기술’과 그것이 몰고 올 경제·사회적 변화를 눈여겨보고, 신속하게 제 것으로 만들어 혁신의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트렌드 변화에 대한 통찰력, 적응력을 바탕으로 유연한 조직과 마인드를 갖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기업만이 지속 가능한 경영의 단초를 확보할 수 있다. 부릅뜬 두 눈으로 내일의 먹거리를 찾고, 가슴으로 소비자의 감성과 요구를 읽어내야 하며, 잰걸음으로 부단한 혁신을 이뤄내야 하는 시대다.

2012-07-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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