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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한국형 공익재단 제도적 정비 시급하다/이갑수 INR 대표

[옴부즈맨 칼럼] 한국형 공익재단 제도적 정비 시급하다/이갑수 INR 대표

입력 2012-08-01 00:00
업데이트 2012-08-01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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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갑수 ㈜INR 대표
이갑수 ㈜INR 대표
마케팅의 대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 교수는 저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법률이나 윤리적 기준에 의해 강제성을 띠는 것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 실천하는 의무임을 강조한 바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제 단순 자선 활동을 넘어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으로서의 자발적 또는 의무적 영역에 속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서울신문이 7월 18일 자부터 창간 특별기획으로 다룬 ‘공익 재단, 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 시리즈는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정치권에서 경쟁적으로 터져 나오는 경제민주화도 개념이 아직은 모호하지만, 결국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연결되어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본래 4단계로 책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개념이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벌어 고용 창출 같은 경제적 책임을 다하고, 법을 지키는 준법 경영과 윤리적 경영을 다하는 것, 나아가 사회의 소외계층에게 기부와 후원을 통하여 자선적 책임을 다하라는 것이다. 물론 법적, 윤리적 책임은 등한시하면서 홍보에 열중하는 일부 기업들도 있지만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화된 사회로 이동 중임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익재단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의 하나인데, 기획시리즈의 첫 시작을 대기업에서 만든 재단이 아닌, 개인들이 아끼고 아껴 재단을 만들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의 스토리로 시작한 것은 신선했다.

우리 기업의 기부는 외국과 달리 오너 자신의 주머니에서 시작되기보다는 주로 기업의 돈으로 재단을 만들거나 자선 활동을 하는 사례가 많아 진정한 기부라고 하기에는 좀 어려웠다. 공익재단의 활동과 문제점, 법적·제도적 개선 등 앞으로 바람직한 방향들을 제시한 것은 아마도 우리나라 언론에서 처음 다루어진 것이 아닌가 한다.

기사를 보면 우리나라의 공익재단은 특별한 색깔이 없이 안정적이고 틀에 박힌 활동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그것은 재단의 이사회 구성이 전문성은 배제된 채 출연자의 지인 위주로 되어 있고 재량권의 한계에 기인하는 탓이다. 특히 국내 40대 재단의 현황을 보면 50% 이상이 학술과 장학에 치우쳐 있었다. 미국의 빌&멀린다게이츠재단같이 전 세계의 틈새 소외지역이나 계층을 위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활동을 할 필요가 있음을 일깨워 주었다. 또한 재단의 설립을 허가제에서 인가제로 변경하여 누구나 쉽게 설립하게 하고, 자산의 운용에서 유연성을 두도록 하되, 세제혜택을 받는 만큼 국세청 등 관련 기관의 철저한 모니터링과 관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은 적절한 대안의 제시였다.

7월 23일 자 해외 공익재단 사례 기사에서는 더 구체적이고 다양한 분야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활동의 소개가 눈에 띄었으나, 선진국 공익재단의 운영 철학과 제도적 장치에서 특히 우리나라 공익재단들이 벤치마킹할 만한 내용이 다소 부족한 점이 아쉬웠다.

바라건대, 공익재단에 이어 우리 사회에서도 점점 늘어나는 기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도록 제2의 기획기사를 제안하고 싶다. 기업인들을 중심으로 개인들의 기부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기부 문화를 활성화시키는 캠페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아직도 자기 이름을 알리고 기부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기부라고 하면 큰 금액의 기부만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국민도 많이 있다는 점에서 실명기부문화 전개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선진국에서는 일반인들이 규모가 큰 민간단체나 재단에 기부하는 일이 일반화된 현상이며 다양한 ‘기부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영국에서 시작된 유산 기부 캠페인 ‘레거시 10’(Legacy 10)처럼 후손들에게 물려줄 유산의 10%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서약하는 운동을 소개할 필요가 있다.

2012-08-0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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