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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시진핑의 ‘전략적 모호성’과 북핵/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시진핑의 ‘전략적 모호성’과 북핵/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입력 2013-04-06 00:00
업데이트 2013-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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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중국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생각’을 재확인한 한 좌파 지식인의 글이 화제다.

‘중국특색 사회주의를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할 중대 문제’란 제목의 이 글은 “시 주석이 ‘중국의 이데올로기는 마오쩌둥(毛澤東)이 주창한 중국식 사회주의를 중심으로 삼고 있으며, 개혁·개방 이전의 마오 사상은 절대로 부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좌파 이념이 시진핑 시대에서도 핵심 사상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런 글이 논란이 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이데올로기 방향에 대한 시 주석의 ‘전략적 모호성’과 관련이 있다.

그는 총서기에 선출된 이후 “개혁·개방 이후의 (우파의)역사로 그 이전(좌파)의 역사를 판단해선 안 된다”며 좌파 끌어안기에 나섰고, 최근에는 당 중앙선전부를 통해 반(反)마오쩌둥 보도 금지 준칙까지 내놓으며 ‘마오 사상 보호’ 입장을 천명했다.

그러나 시 주석이 취임 때부터 강조하는 것은 마오 사상과 대척점에 있는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계승이란 점에서 그의 좌파 옹호는 어디까지나 좌파를 다독이기 위한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다. 덩샤오핑이 ‘마오 사상 없이는 오늘의 중국 공산당은 없다’며 개혁·개방을 시작했듯, 시 주석도 이념 대립에 따른 사회 분열을 봉합하기 위해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시 주석의 ‘전략적 모호성’이 자국 내 이데올로기뿐만 아니라 대북정책에도 사용되면서 대외적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전후로 관영 언론 사설을 통해 ‘대북 지원 감축’ 운을 떼며 북한에 경고했고, 북한과의 교역 창구인 단둥(丹東) 세관 검역 등을 강화해 압박했다. 그러면서도 당 중앙의 허락 없이 ‘중국은 말 안 듣는 북한을 버려야 한다’는 글을 쓴 중앙당교 기관지의 부편집장을 해고하고, 북·중 간 주요 경협도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 기존의 친북 일변도에서 친북·반북을 오락가락하며 ‘모호하게’ 바꾼 것이다.

‘전략적 모호성’은 민감한 사안에 뚜렷하지 않은 태도를 취해 상대를 헷갈리게 하는 것이다. 물론 목적은 이익 극대화에 있다. 시 주석은 이데올로기 면에서 좌우를 의도적으로 왔다갔다하며 출범 초기의 권력 안정을 꾀하는 동시에 북한 이슈에서도 ‘전략적 모호성’을 통해 외교적 이익의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 어린 새 지도자를 길들이고, ‘북한의 팔목을 비틀어달라’고 요구하는 미국의 압력을 완화하는 한편, 한국에도 ‘중국과 잘만 협력하면 중국도 북한 제재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줌으로써 한국의 신뢰도 얻는 ‘1석3조’의 효과를 거두는 모양새이다.

‘전략적 모호성’은 보고 싶은 대로만 보려는 상대방의 심리가 작동할 때 성공한다. 중국의 대북 모호성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 중국의 태도 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만 바뀌면 북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이다. 중국이 북한을 제대로 압박하기 어렵고, 북한도 호락호락 중국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런 기대를 품는 것은 그런 점에서 현명하지 못하다.

시 주석의 ‘전략적 모호성’에 휘둘리는 중국 좌파 지식인들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jhj@seoul.co.kr

2013-04-0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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