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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중국의 ‘내 멋대로’ 시대/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중국의 ‘내 멋대로’ 시대/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입력 2015-01-31 00:14
업데이트 2015-01-31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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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유첸, 주스런싱.”(有錢, 就是任性) 요즘 중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유행어다. 돈깨나 있는 사람들이 제멋대로 구는 것을 풍자하는 말로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돈이 많다면 멋대로 할 수 있어!”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응용 버전도 많다. 2012년 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자신감 넘치는 중국을 비유하는 말로도 쓰인다. 남 눈치 안 보고 하고 싶은 것은 다 할 수 있을 만큼 잘나가게 됐다는 의미다.

중국은 한때 서양 열강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던 ‘아시아의 병자’(東亞病夫)로 조롱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잠에서 깨어난 사자’라고 자신 있게 스스로를 소개하는 나라가 됐다. 중국을 깨어나게 한 힘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큰 덩치와 산업화, 그리고 이 둘의 조화를 꼽을 수 있다.

중국에선 서방이 동양을 누르고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것은 산업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란 시각이 일반적이다. 처음 산업혁명에 성공해 세계를 제패한 영국의 당시 인구 규모는 1000만명, 그 다음으로 세계를 제패한 미국의 산업화 시기 인구는 1억명인 데 비해 14억에 가까운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의 산업화는 더욱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본다. 중국 공산당이 경제 발전 모델로 삼은 국가 중 하나가 한국이다. 만약 한국의 국토와 인구가 중국처럼 컸더라면 한국은 이미 미국을 앞섰을 수도 있다고 중국인들은 말한다. 여기에는 중국이 앞으로 미국을 넘어설 것이란 의미가 담겨 있다.

이러한 저력이 자신감으로 분출된 배경에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시진핑의 등장을 빼놓을 수 없다. 시 주석 집권 이후 보다 나은 삶을 꿈꾸는 중국인들은 비록 이데올로기 및 여론 통제가 강화되더라도 공산당이 정한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법치’라고 부른다.

또 개혁·개방을 통한 시장경제의 확대, 반부패 등 개혁 조치로 대변되는 민생중시주의, 중국을 세계의 중심에 놓는 ‘강한 외교’가 중국의 특색이 됐다. 중국 학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시진핑의 ‘신(新)권위주의’라고 부르고, 일반 중국인들은 이에 열광한다. 시 주석의 반부패가 권력 강화를 위한 수단이라는 해외 언론의 평가에는 관심이 없는 분위기다.

중국 언론 당국자들은 요즘 외신들을 만나 어떻게 하면 중국 기사를 더 많이 노출시킬 수 있는지 의견을 구할 만큼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3년 전 중국에 왔을 때만 하더라도 외국 언론이 중국의 부정적인 면만 부각한다며 볼멘소리를 하던 모습과 대조된다. 사회 전반적으로 자신감이 커진 결과일 것이다. 이 같은 중국의 변화를 보고 있자면 우리도 덩치를 키우는 데서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가 덩치를 키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남북 통일뿐이다. 여기에 우리 사회가 갈망하는 강력한 리더십까지 더해진다면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넘어 ‘한반도의 기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중국에 처음 왔던 3년 전 가장 많이 쓰이던 유행어는 “부게이리”(不給力)였다. 제대로 못한다는 야유성 의미로, 우리 말로는 “(기대했던 것보다)심하게 못한다“ 정도로 번역된다. 당시 무능한 중국 정부를 조롱하는 데에도 자주 회자됐다. 오늘의 ‘런싱(任性·내 멋대로) 중국’과는 상전벽해다. 한국의 ‘내 멋대로’ 시대를 꿈꿔 본다.

jhj@seoul.co.kr
2015-01-3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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