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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언제쯤 편하게 ‘차별금지법’을 논의할 수 있을까/김진아 도쿄특파원

[특파원 칼럼] 언제쯤 편하게 ‘차별금지법’을 논의할 수 있을까/김진아 도쿄특파원

김진아 기자
김진아 기자
입력 2022-02-22 20:32
업데이트 2022-02-23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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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도쿄특파원
김진아 도쿄특파원
일본에서 성소수자 부부를 공적으로 증명하는 ‘파트너십 제도’와 관련해 올해 초 기준 전체 146곳 가운데 30%가량인 48곳에서 제휴를 맺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10월 후쿠오카시와 구마모토시가 일본 지자체 간 파트너십 제도에 대해 최초로 제휴를 맺은 데 이어 시간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파트너십 제도란 일본에서 동성 간 결혼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그에 준하는 것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예컨대 수술 시 보호자 동의를 받을 때 배우자로서 가능하도록 해 일상생활에서 성소수자 부부가 차별받지 않도록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성소수자 부부가 거주지를 옮겼을 때 자신들이 혼인 관계에 있다는 것을 옮겨 간 지자체에 다시 알리면서 원치 않는 ‘커밍아웃’을 해야 했다. 하지만 파트너십 제도를 도입한 지자체 간 제휴가 늘어났다는 건 성소수자 부부가 커밍아웃하지 않더라도 새롭게 이주한 곳에서 부부로서 인정받고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도쿄도는 한발 더 나갔다. 도쿄도가 올가을부터 시작할 파트너십 제도는 성소수자 부부 중 모두 도쿄도에 살지 않더라도 적어도 한 명이 도쿄도에 살거나 혹은 근무하거나 대학에 다닌다면 도쿄도에서 파트너십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파트너십 신청 시 얼굴 등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성소수자 부부를 위해 온라인으로 신청을 받기로 했다.

일본은 보수적인 나라로 꼽히지만 의외로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에 대해서는 차별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튀는 사람이 나오는 것을 싫어하는 단체 문화가 강한 일본이지만 사생활 영역에서는 타인이 이렇다 저렇다 하는 건 아니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 때문에 성정체성에 대해서도 사생활 영역으로 생각하고 배려하고 있다. 적어도 본심은 성소수자에 대해 탐탁지 않다 하더라도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는다.

일본 지자체에서 성소수자 부부를 인정해 주고 성소수자와 관련된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등 LGBT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기도 하다. 특히 정치권에서 그렇다. 지난해 일본 여당인 자민당은 차별금지법을 발의하려고 했지만 당내 반발이 거세 결국 포기했다.

보수·우익의 표를 노리고 성소수자에 대해 막말을 하는 정치인들도 있다. 하지만 정치권을 제외하고는 사회 곳곳에서 차별하지 않으려 애쓰고 타인의 성정체성을 존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인정받을 만하다.

한국은 어떨까. 오는 27일이면 차별과 혐오로 고통받아 극단적 선택을 한 변희수 하사의 1주기이지만 차별금지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 거대 여야의 생각은 당적과 관계없이 일치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는 데 그쳤다.

정치권에서 답변하기 애매한 질문에는 ‘국민적 합의’라는 표현을 잘 사용한다. 대선을 앞두고 개신교계의 표심을 의식한 발언으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성정체성은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영역으로 존중받아야 할 부분이다. 일본이 LGBT에 대해 속내는 어떨지언정 겉으로는 어떻게든 인식을 개선해 보려는 노력에 대해 한국도 배울 필요는 있어 보인다.
김진아 도쿄특파원
2022-02-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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