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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어려울수록 직원을 쫓아내지만 마라/전경하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어려울수록 직원을 쫓아내지만 마라/전경하 경제부 차장

입력 2014-08-08 00:00
업데이트 2014-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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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하 정책뉴스부장
전경하 정책뉴스부장
‘최경환 경제팀’은 기업소득이 가계로 흘러가기 위해 배당소득과 투자를 늘리고 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기업소득환류세제, 근로소득증대세제 등을 이번 세법개정안에 담았다. 효과 여부를 떠나 이 소식은 올 상반기 구조조정을 당해 회사를 떠난 사람들에게는 매우 씁쓸한 소식일 거다.

올 상반기 KT의 8000명 명예퇴직 전후로 금융권에서만 수천명이 회사를 떠났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다른 업종들도 인력 구조조정을 소리없이 진행하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은 매년 있다. 그런데 올해는 그 강도가 더 세다. 자영업 과포화 상태에 업권 전체 구조조정으로 갈 곳은 더 없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인원 감축이나 회사 사정 등으로 퇴사해 고용보험 자격을 잃은 근로자가 올 상반기 47만 6000명이다. 2012년 상반기 44만 8000명에 비해 3만명가량 더 늘어났다. 자격상실을 연령별로 보면 2년 사이 다른 연령대에서는 비슷한 규모인데 40대 후반부터 급격히 증가했다. 명예퇴직이라고 포장된 해고가 40대 후반 이상 중·장년층에 집중됐음을 뜻한다.

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이들이 무엇을 잘못했을까. 상황 판단을 잘못한 경영진이 세운 계획을 집행했을 뿐이다. 경영진도 구조조정을 당할 수 있지만, 그들은 적어도 고액 연봉을 받았다. 그리고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될 확률 또한 직원보다 매우 낮다.

기업소득이 가계로 흘러가는 가장 빠른 길은 고용의 유지다. 신규 고용 창출도 중요하지만 청년 실업률을 보면 신규 고용은 해고만큼 이뤄지지 않았다. 기업들은 경영효율화를 위해서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어려울수록 직원을 더 자른다. 일견 맞는 말이지만 왜 경영 잘못한 책임을 직원들에게만 묻는가.

경제는 심리라는데 대규모 구조조정에 소비심리는 더 가라앉고 돈은 더 안 쓴다. 기업은 더 어려워진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조금이라도 느슨하게 할 수 있는 힘은 기업과 정부에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목받은 정책 가운데 경기대응적(countercyclical) 정책이 있다. 예컨대 경기가 좋으면 손실이 생길 때를 대비해 은행이 대손충당금을 더 쌓도록 하고 경기가 안 좋으면 대손충당금을 덜 쌓게 해 대출을 장려하는 방식이다. 즉 경기 흐름과 반대로 가는 대책이다.

이를 원용해 불황기일수록 고용을 유지한 기업에 더 많은 혜택을 주자. 일률적으로 고용유지했다고 세제 혜택을 줄 것이 아니라 이를 기업 실적 등과 연동하자. 공공입찰 기회를 늘려줄 수도 있다. 정부가 우선 물꼬를 트고 기업이 따라오게 하자.

기업도 구조조정에만 매달리지 말고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자를 인력을 최소한 줄여야 한다. 인건비를 대폭 줄여 실적이 호전됐다면 이를 떠난 직원들에게도 줄 수 있는 방식을 마련해두는 것은 어떨까. 실적 호전은 남은 임직원들이 잘한 측면도 있지만 인건비를 대폭 줄이기 위해 떠난 임직원들의 기여도 크다.

떠난 임직원에 대한 배려를 이미 하는 곳도 있다. 신세계는 2011년부터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퇴직 임직원 자녀의 학자금을 10년간 지원하고 있다. 매년 70여명이 대상이니 쓰인 돈에 비해 전·현직 직원의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가 크다.

어렵다고 자를 궁리만 하지 말고, 내보냈다고 머릿속에서 지워낼 생각만 하지 마라. 돈 받고 일했다지만 그들이 청춘을 바친 곳이다.

전경하 경제부 차장 lark3@seoul.co.kr
2014-08-0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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