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진의 코리아 4.0] 대학 플랫폼, 사회 속으로 가야 한다

[강태진의 코리아 4.0] 대학 플랫폼, 사회 속으로 가야 한다

입력 2018-03-11 17:38
수정 2018-03-12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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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과학기술로 촉발되고 있는 새로운 전환의 시기, 지금 우리에게 17세기 계몽주의에 버금가는 고등교육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교육은 과학기술이 변화시키는 세계와 그로부터 파생되는 새로운 지식을 전달하는 가장 유효한 수단이다. 지금 과학기술에 의해 그 수단은 새로운 형식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형식과 내용은 깊이 연관돼 있다. 점차 교육은 첨단기술과 함께 교실의 형태를 바꾸고, 가르치는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다. 학생들도 지식을 배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창출하고 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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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진 서울대 공대 교수
강태진 서울대 공대 교수
지금의 과학기술은 사회뿐 아니라 대학 체제의 근간을 뒤흔들며 거대한 물결이 돼 밀려들고 있다. 그 진원지에 무크가 있다. 무엇보다 무크는 대학의 높은 담장을 무너뜨리고 갇혀 있던 지식을 오픈시키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이 기술의 교류를 활발하게 만들어 지식과 기술이 양방향으로 원활하게 이동하게 했다면, 무크는 교육에서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무크는 세계적으로 뛰어난 석학의 강의를 국경, 빈부격차를 초월해 일반인에게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지식은 대학의 벽을 뛰어넘어 시공간을 넘나든다. 온라인 교육의 요체는 우수한 콘텐츠의 생성이다. 미래 교육에 반드시 필요하고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며, 그 콘텐츠를 공유하게 하는 것이 온라인 교육의 핵심이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중심에 대학의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 그 플랫폼에서 대학 구성원 누구나 지식 콘텐츠의 생산자와 전달자로 참여하는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지식을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경쟁이 활발해질 것이고, 그러면 그럴수록 지식은 다양해지고 그 질적 수준도 향상될 것이다.

서울역의 플랫폼은 기차가 오가는 동안 붐빈다. 그사이에 역사에는 수많은 이들이 들고 난다. 각자 다른 출발지에서 모인 사람들이 또 다른 목적지를 향해 떠날 수 있도록 다양한 편의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학이 사회에서 이런 역할을 해야 하고, 이 역할을 하려면 대학 플랫폼이 잘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대학은 지식의 상아탑, 취업의 관문 역할에 만족해 왔다. 그러나 대학은 서로 다른 전문 분야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 모여서 융합하고,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 재교육과 평생교육의 장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대학의 플랫폼상에서 잘 구현할 수 있다. 플랫폼에서는 누구나 쉽게 만나 원하는 가치를 교환할 수 있으며, 이러한 것들이 축적돼어 점점 거대한 콘텐츠의 보고가 된다. 그 가치는 정치, 문화, 사회, 경제, 예술 등 다양하다. 여기에 지식의 창출과 전달, 지식공동체의 활동, 연구·조사 패널의 구축 등이 이루어지며 수많은 이들이 들고 난다. 이것이 대학의 미래다.

대학은 더이상 정형화된 지식을 가르치고 배우는 장소만은 아니다. 지식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지식의 생산 방식을 배운다. 지식의 외피뿐만 아니라 지식의 알맹이, 지식을 지식이게 만드는 메커니즘을 익힌다는 말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빠르게 변화하면서 그에 따른 지식도 끊임없이 사라지고 새롭게 생겨나길 반복한다. 그러한 사회에서 정형화된 지식만 배운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지식은 그 상황과 현상에 맞게 조합되고 배치돼야 한다. 빠른 변화와 그에 걸맞은 지식의 생성 방식을 배운다면 아무리 변화의 바람이 거세도 이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우리는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지식을 배우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지식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미래에 대한 준비는 정부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몫이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 한다. 미래는 미래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속에 있다. 예견된 미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준비할 때만 우리가 바라는 미래로 다가올 것이다. 이제는 대학이 지식 플랫폼으로 거듭나 투명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사회와 소통하며, 국민과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2018-03-1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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